"오늘 오인리 갈래?"
"아니요!"
설겆이를 하고 있는 주방엘 들어 오셔서 내게 물으신다.
일끝내고 주방에서 나오며 내방을 들여다 보니 이부자리가 펴져있다.
아버님께서 이부자리를 펴놓으시려고 오인리 가는것을 물으신거다.
우리내외는 가끔 시골에 있는 그이 아지트에 가서 자고 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서 우리 아버님 같으신 분은 없는것 같다.
이십오년을 아버님과 살아봤지만,답답할정도로
언제나 변함이 없으시다.
모든일을 당신 스스로 하시기때문에 남에게 시키시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결혼하여 처음 맞는 겨울,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엄청 와서 나는 밥을 안쳐놓고 눈을 쓸고 계시는 아버님을 도와드렸다.
자식들이 넷이나 방에서 뒹구는데도 시키실 생각은 안하시고
거드는 나마져도 밥이나 하라며 말리시는 거다.
어른이 일을 하시는데 그냥 있자니 몸둘바를 몰라 했던내가
지금은 면역(?)이 되어 아버님이 청소기를 밀고 다니셔도 발만 이리저리 들고 쇼파에서 앉아있다.
끝나면 밀대에 걸레 끼워 닦으시는것도 그냥 티비보면서 앉아있고.
겨울이면 며느리방에 이불을 미리 깔아놓아 찬기를 없애주시고,
청소기는 당연히 아버님이 미시고,빨래는 비벼서 세탁기에 넣어 놓기만 하면 널어서 걷어다가 착착개서 손주꺼 아들며느리꺼 당신들꺼
정확히 분리해 서랍에까지...
심지어는 불편한 빨래까지도 잘 개서 서랍에 넣어 놓으시니 처음에는 정말 죽을 맛 이었다.
가게를 하는 까닭에 점심은 아버님 혼자서 드실때가 많은데(어머님은 거의 매일 친구분들과 놀러 나오신다.) 언젠가부턴 설겆이까지 다해놓으시는거다.
나는 가끔 어머님께
"세상에서 가장 남편 복이 많은 사람은 어머님 이세요."라고 말한다.
세무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하신 아버님은 얼마나 정확 하셨던지
옆집사는 분들이 아버님이 출퇴근 하시는 시간을 보고 지금이 몇시인줄 아셨다는게 아닌가!
딸들이 다크도록 목욕탕엘 당신이 데리고 다니셨고 저녁에 퇴근하셔서 청소하고 애들 닦이고 하는것을 하나의 오차도 없이 되풀이 하셨으며, 지금은 여든이 다음해 이신데도 여전히 모든일을 당신이 하시고 계시다.
그런고로 딸들은 물론이고 외아들인 그이는 손하나 까딱 하지않고 있다가 결혼을 했으니, 맏딸로 모든걸 내가 해결하며 살던 난 결혼초엔 앞이 깜깜했었다.
많은 식구들의 식사 준비만으로도 벅찬 시집살이에 어머님이 도와 주시긴해도 어찌 힘들었는지 모른다.
그이는 선한것빼고는 아버님을 하나도 안 닮은거다.
아버님과는 백팔십도인 그이에게 분통이 터지면 난 가끔 어머님에게
"딸만낳으셔서 그인 주워 오셨죠?"한다.
"그앤 외탁했어. 얼굴도 외삼촌을 닮고..."
말씀대로 그인 어머님을 닮았다.특히 어떤일이 있어도 바쁘지 않은게 그렇다.
시아버지나 며느리나 급해서, 사서 고생한다며 항상 몸좀 아끼라고 하시는건 어머님이시다.
오늘 못하면 내일하지 뭣이 그리 급하냐신다.
절에 열심히 나가시는 어머님을 옆에서 보며 어머님 성격을 닮는게 몸을 위해서 좋을것 같은데도 천성이다보니까...
할아버지의 성격에 아들들은 이해를 못하고 짜증을 부릴때가 많다.
손주방에 들어가셔서 청소를 다 해놓으시는 바람에 중요한 쪽지같은걸 쓰레기로 없애시고 비싼 부품 사놓은걸 몇번이나 버리시기도 하시는걸 보고는 제발 제방 청소는 하시지 말라며 문을 잠그고 학교에 가곤한다.
그러나 아버님은 키를 찾아다 문을 열고 또 청소를 하시는걸...!
그것도 줄이 반듯반듯하게 해놓으셔야 직성이 풀리셔서 애들이 금방 알아보고는 또 짜증.
당신이 팔십년동안 해오신대로 하시라고 나는 접고 사는데 애들과 그이는 자기들 생활이 없다며 짜증들을 부리니 내가 이해시키느라 열을 올린다.
"건강하셔서 맘 편하게 해 주시고 며느리 말이라면 백번 인정하시며 , 청소 다해주시고, 빨래 신경쓰지 않게 해주시고, 또 며느리방 이불까지 다 깔아 주시는 시아버지가 어딨어? 자기보다 백번 나아! 그리고 아들!
아빠엄마도 하시는 대로 하시게하며 여태껏 잘 사는데 네가 왜 못참아? 할아버지땜에 스트레스 받으면 네가 얼른 독립해!"
아무말 못한다. 내가 틀린말 안하니까.
어른들과 산다는게 불편할때도 많다.
그렇지만 난 아주 힘들땐 이렇게 생각도해본다.
"내남편을 있게 해 주신분들이고 그분들로 인해 내 아들들이 있으니
감사해야 할분들이다" 라고.
오늘도 아버님은 쇼파에 앉아, 걷은 빨래 개시고 계신다.
저녁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며느리방에 가셔서 이불을 조금도 삐뚤지 않게 귀맞춰 깔아 놓으실거다.
그다음엔 계단에 내려가 현관 샷터를 내리시고...
건강하세요! 아버님 어머님!
당신들의 건강하심이 저희들에겐 제일 큰 힘이 되어 주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