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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22) *주부로 사는 재미*


BY 쟈스민 2001-09-17

하늘은 높고, 햇빛은 다사로운
9월의 일요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저렇게 좋은 햇빛을 나의 집안으로 넉넉히 받아들이자고
결론을 내려봅니다.

옷장의 옷을 모두 꺼내어 다시 잘 개어 두고
나의 손길이 한참을 그렇게 바빠지고 있을 때
세탁기는 열을 내며 돌고 있고
이른 아침부터 빠른 순번을 탄 빨래들이
너울거리는 바람에 잘 마르는 하루였어요.

침대를 옮기어 보니 늘 보던 가구도 색다른
분위기가 나더군요.
아줌마 특유의 요령과 힘은 어김없이 진가를 발휘하고
난 기꺼이 가을을 위한 인테리어에 몰입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또 왜 그리 버려야 할 물건들을 쌓아두는 건지
버리는 것도 일스럽기만 한 하루였습니다.

친구를 데려와서 이방 저방 어지르고 다니는 녀석들에게
잔소리를 할 시간도 없이 왔다 갔다 손에 물마를새 없다
보니 종아리가 약간 뻐근해지더군요.

집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은 왜 그리 한번이라도 식구들의 손이
스치면 표시가 나는 건지.....
물건들에 발이 달렸는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물건들의
제 자리를 잡아 주고 나니
그제사 겨우 사람사는 공간이 된 듯 했습니다.

늘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가구도 사람이 애정을 갖고
이러 저러하게 만져주고, 새로이 가꾸어 줌으로 하여
이렇게 정갈한 느낌이 될 수도 있음에

하루쯤 푹 쉬고 싶은 몸과는 달리 마음은 바쁘기만 합니다.

뽀송 뽀송하게 마른 빨래를 개어서 차곡 차곡한 살림을
할 수 있는 일은 주부이면서도 늘 마음만큼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살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나의 손길이 한번 닿은 물건은 그 어느것이든 반짝임이 일고
있다는 건 마치 작은 요술을 부리는 듯이 아주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서랍을 비워내고 모든 물건들은 가지런함을 찾았습니다.

긴 하루였지만
내겐 무척이나 짧게만 느껴진 하루였습니다.
해야 할일이 너무도 많다고 느껴진 탓이겠지요.

어느새 어둑 어둑 내리는 하루의 끝으로
묵묵히 시간은 흐르고
그리도 반기던 빛은 사그라들고 있었습니다.

상큼한 바람냄새를 흠뻑 갖고 있는 빨래를 거두고
곱게 다려서 새로운 잠자리를 마련하고 나니
한 없이 아늑해 보였습니다.

어쩌면 늘상 그런일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겐
별로 색다를 것도 없는 일들이
나에겐 모처럼의 시간을 내어
마음먹고 해 내어야 하는 일들이고 보니
그 또한 소중하기만 합니다.

여름자리를 거두어 낸 거실이 조금은 휑하니
넓어진 느낌이 들었어요.
따스한 느낌이 나게 카핏 한장을 깔아보면서
그리움처럼 스며들 가을을 가슴에 한아름
안아보려고 합니다.

그곳에서 뒹굴거리면서
한가로이 책을 읽어도 좋을 듯 하고
보고 싶은 이에게 편지라도 한장 써야 겠어요.

주부로서 사는 재미에 모처럼
푹 빠져들 수 있는 휴일의 맛도
참 괜찮았습니다.

이젠 만족할 만큼 집정리도 마쳤으니
돌아오는 휴일에는
가을 들녘으로 가을 나들이를 가야할까봐요.

요즈음은 왜 그런지 흙냄새가 많이 그리워집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을날의 아름다운 동화속 이야기를
만들고픈 까닭입니다.

기다림을 아는 이에게는
어제와는 다른 바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걸까요?

바람이 참 싱그러워요.
이 계절에는 .....

바람 따라 흐르는
가을 노래 몇 소절을
나즈막히 ?슷떱?보고 싶은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