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아들녀석이 집에 오더니 "아빠, 저는 회장 후보에도
들지 못했어요!"그런다. 내가 "왜?" 하고 물으니. "담임 선생님이
1학기 말 성적으로 후보자격을 제한해서 저는 조금 부족해서
밀렸어요"하고 말한다.

우리 아들은 마음은 매우 여리고 착한데 명예욕은 강해서 학급
회장이나 적어도 부장이라도 되고 싶어 한다. 막상 되면 강하게
이끌어 나갈 것 같지도 않아서 부모 마음에 염려가 되는데도
이 녀석은 그런 감투를 은근히 쓰고 싶어한다.

그런데 오늘 딸, 아들을 태우고 가는데 아들이 학급회장 선출에
얽힌 비화를 저의 누나와 나에게 밝히는 것이다. 저의 담임
선생님이 후보를 정해주고 "너희들끼리 투표해서 뽑아라!"하고
나가 버리니 후보들이 나와서 소견을 발표하는데 다들 한마디씩
만 하고 들어가더란다. 그래서 내가 "뭐하고 하던?"하고 물으니
"아빠, 글세 회장후보들이 자기를 뽑아 주면 먹을 걸 사주겠데요."
라고 한다.

나는 어이가 없어 다시 물었다. "고등학교에서도 그런식으로
투표가 이루어지니?"하고 물으니 "아빠, 요즘에는 초등학교부터
다 뽑아주면 뭐라도 사준다고 해야 찍어줘요."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사줄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후보를 포기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자기 학급의 회장은 햄버거를 사준다고 한 학생이
되었다나. 제일 싼 것을 사준다고 한 학생은 한 표가 나왔는데
그것은 아마도 자기가 찍은 표일거라면서 정말 쪽팔리게 되었다고
말을 한다. 언제부터 우리의 꿈인 학생들의 선거가 바로 어른들
선거의 국화빵이 되었는지...

예전에 내가 어렸을 적에 선거가 있을 때에는 고무신이나 수건이
가장 좋은 선물이었다. 그 다음이 막걸리나 국수 한 그릇이었다.
정말 찢어지게 가난할 때이니 생활필수품은 항상 좋은 환심거리였고
배고플 때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것은 더할 수 없는 고마움이었을거다.
이러한 점을 우리의 잘나빠진 정치가님들이 놓칠리 없지.
이런 선거운동은 시대만 바뀌었지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 우리의
학생들이 그대로 배운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다. 생활용품이 없어 불편을 느끼지는
않고 또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지는 않는다. 더구나 지금 고등학교
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풍요의 세대들이다. 즉 어려움을 모르고
살고 있다. 그런데 왜 순수해야 할 학생들이 이렇게 나이 먹은
어른들이 하던 나쁜 점을 그대로 흉내를 내는가?

할머니를 져다 버린 지게를 자기 아들이 보관하려고 해서 아버지가
그 이유를 물으니 자기도 아버지가 늙으면 져다 버리려고 한다고
하더란다. 그래서 아버지가 "앗차 내가 잘못하고 있구나!" 하고
다시 가서 자기의 어머니를 다시 지게에 지고 왔다는 얘기가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 즉 거울에 비친 모습 그대로를 다시
반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선거제도가 도입된 지 몇 십
년이 지났건만 이번 선거는 지난 선거의 재판이고 지난 선거는
지지난 선거의 복사판이니 자라는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오늘도 신문의 정치면은 정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것이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 내년에 어떻게
하면 대권을 차지할 것인가 하고 수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서서히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니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잘못은 정치에서 비롯되었다 하여도 그릇된 말은
아닐 것이다. 금권타락 선거에서부터 고질적인 지역감정에 이르기
까지 모두 저질 정치가들이 자기들의 당선을 위해서 만들어낸 결과
이다.

정치가들은 입만 벌리면 거짓말이고 어제 한 말을 오늘 바꾼다.
누가 추궁하면 잘못 전달되었다고 하거나 아니면 본의가 아니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한다. 하기야 정치가들은 강이 없어도 다리를 만들어
준다고 공약(空約)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운동으로 많은 쓰레기 같은 정치꾼들을
청소해버렸다. 이제 내년 대선에서도 평생을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평생을 정권만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정치꾼을 영원히
추방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