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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산에 오르려는 건


BY 어진방울 2000-12-12




-- 그가 산에 오르려는 건 --




얼마 전
네명의 맹인대원이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
육개월간의 훈련을 힘겹게 마친 뒤
기어이 정상에 오르고 마는 과정을 보았다

어느 만큼에 서있는지도 모를
그 꼭대기 지점에 발 붙이고 서서
보이지 않는 세상을 향해 질러대던
외마디 함성이
내게는 왜 서글픔의 에임이었을까

그 과정 중
한명의 대원이 고산병에 시달리면서
스스로에게 다짐같은 녹음을 하고 있었다

왜 산에 오르려 하느냐는 질문을 하는데
그들에게 하는 답이라 면서
가쁜 숨 몰아 쉬며 더듬거리는 젖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산에 오르려는 건
산에게 나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산에게 나를 보여주고 있는 나를
내가 보기 위해서다고 말해주겠다' 라고 했다

그도 나도 목이 메였다
할수 없다고 포기해 버리는 삶이 아닌 것만으로도
그들이 대단해 보이는데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되돌아 하산하던..
그러면서 흘리는 그의 눈물은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같이 서지 못한 이들을 대신하여
마다의 꿈이 담긴 종이학 천마리를
제물을 바치 듯 하늘을 향해 날려 뿌렸다
색색의 종이학들이
눈발에 왜그리 빛을 발하던지...





-- 어진방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