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몇말이냐 털었나 확인차 왔다는 친구들이 들이 닥친 날,
가까운 친구 중에 제일 늦게 탈출한 노처녀 딱지떼기에 관한
사례도 보고할 겸, 새신랑 자랑도 할 겸 맥주잔 앞에 놓고 서
론이 길어진 날이었다.
그 날 따라 신랑의 귀가시간도 늦어졌으니 세 여자 접시 깨는
소리 거칠 것이 없었겠다? 웃고 떠드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
다. 이왕 늦은 거 하룻밤 자고 가라고 친구들 자리 펴주고, 그
때까지 오지 않는 신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새벽 두시가 다 돼 홍알홍알 기분 째지는 표정으로 들어온 신
랑, 친구들이 자고 있다는 소리도 건성으로 넘기고 우리 이쁜
각시 한번 안아 보자고 수선이 한창이었다. 술 좋아 하기로
장안에 소문난 신랑, 이럴 때는 어떤 장사도 말릴 재간이 없
다는 걸 알았기에 군소리없이 자리를 깔았다.
주량이 과하면 시간이 한없이 길어질터라 그 사이 다독다독 구
슬려 잠을 재울 요량을 하면서. 그런데 그 계산이 그 날 밤은
통 먹혀들지 않는 것이었다. 한시간이 지나도 신랑의 눈빛은
초롱초롱, 눈앞이 깜깜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쁜 각시 안아 준다고, 자기 딴엔 애무를 신나게 해준다고 생
각했겠지만 술기운에 망가진 자율신경이 강도를 조절해 줄리 만
무였다. 손길 닿는 곳마다 어찌나 쎄게 잡는지 비명이 터질 지
경이었는데, 이건 숫제 고문이었다.
더 있다간 제 명에 못죽을 것 같아 신랑에게 애원을 시작했다.
자기야, 나 졸려 죽겠어. 잠 좀 자자! 그러나 흥이 날 대로 난
신랑, 들어줄 리 만무였고. 할 수 없이 꾀를 내기 시작했다.
나 오줌 매려, 오줌 좀 누고 들어올깨...아무리 샥시가 이뻐도
요 위에 오줌 싸라고 할 수는 없겠고, 신랑은 얼른 같다 오라
고 풀어주는 순간이었다.
필사의 탈출, 그녀는 뒤도 안돌아 보고 부엌 문 뒤로 몸을 숨
겼다. 홀랑 벗은 알몸으로. 기다리다 까빡 잠 들겠지, 기대를
하며. 그런데 웬 걸? 신랑 역시 홀랑 벗은 알몸으로 각시를 ?
아 문밖으로 나섰다.
대문을 열고 골목 안에 쪼그리고 앉아 윤선생, 윤선생 소리소리
지르고 있었다. 눈 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었다. 옆 방에 잠 든
친구들은 그렇다치고 새벽운동이라도 나가는 이웃이 본다면 이
런 개망신이 없었다. 완전히 정신이 빠져 잠옷 되는 대로 줏어
입고 문밖으로 튀었다.
골목 한구석에 깨벗은 모습으로 쪼그려 앉은 신랑이 고개를 갸
웃거리며 각시를 ?고 있었다. 오매, 미치고 팔딱 뛰겠다. 당신
정신이 있는 거야? 빨랑 들어가자...서둘러 끌고 들어 가려는데
신랑이 씨익 웃었다.
나는 알았지롱. 당신 집 안에 숨어 있었던 거...헤헤헤
꽃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