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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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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의 속성에 관한 꽁트3 >


BY 금빛 누리 2001-06-27

____뛰는 자 위에 나는 자, 그 위에...___

하청 업체 사장 김 모씨와 저녁을 끝내고 불빛 휘황한 밤거리로 나온 그는
입가에 베어 나는 웃음을 어찌할 수 없어 마냥 흐흐 거렸다.
"이거 약소 하지만 사모님 화장품이라도 사드리시라고..."
봉투 속엔 수표 한장이 들어 있다. 동그라미 여섯개.
전에도 가끔 봉투를 받은적이 있지만 이번엔 액수가 훨씬 크다.
그가 과장으로 승진 된후 첫 봉투니까. 샐러리맨 월급 이래야 뻔한것 아닌가.
그나마 온라인으로 통장에 입금돼 버리니 월급날이라고 해도
땡전 한푼 만져보지 못한다.
상여금이나 휴가비도 마찬가지다.아내는어찌 그리도 야멸차게 싹싹 챙기는지
그는 매달 쥐꼬리만한 용돈을 타쓰는 신세 아닌가.
그런터에 이런 부수입은 그를 조금은 살맛 나게 했다.
(아무리 아내가 눈에 불을 켜고 있어도 이건 알리없지...뭐? 사모님 화장품?
흐흐.. 마누라 얼굴에 비싼 화장품 사발라 봤자지뭐.....원판이 어딜가?)
기분이 째진다는 표현은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일게다. 그는 느린 걸음으로
거리를 걸었다.우선 어디 근사한데 가서 뻑적지근하게 한 잔 할까?..나이트도 가고...
그러나 혼자서는 재미가 없다. 그는 단짝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 얌마~~왜 하필 오늘이냐? 뭐? 존일 있다구? 나 지금 형님댁에 제사 모시러 가야한다구" 친구는 죽을 맛이라며
"낼 놀자 응?낼...토요일이니까맘껏 퍼마셔도 돼잖아 응?"
술이라면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날 만치 좋아하는 친구는 거의 애원조 였다.
거리를 오가는 여자들의 몸맵시가 유난히 야라야리해 보이는 밤이다.
불빛 때문일까? 여자들의 얼굴이 갓 피어난 꽃 같다.
그는 좀 아쉬웠지만 오늘은 그냥 귀가 하기로 작정 했다.
지갑속의 수표를 마누라 눈에 띄지 않게 감춰야 할텐데....
그는 이리저리 궁리 하다 구두 깔창 맡에 접어서 넣어 둬야겠다고 생각 했다.
( 이번엔 어림없지....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법......)
전에 몇번인가 부수입을 지갑에 그대로 뒀다 아내에게 발각 돼어 고스란히
압수 당한 경험이 있는 그는 이번엔 절대 안 당하리라고 생각 했다.
그러나 행인의 왕래가 끊임 없는 길거리에서 보물 숨기기를 할 수는 없다.
그는 집 앞의 골목길을 생각 했다.가로등 불빛이 어두운 그 곳에선
남의 눈에 뜨일 염려가 별로 없다.
그는 다시금 흐흐 웃으며 택시를 탈까하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안은 복잡 했다. 귀가 길의 직장인과 학생들로 만원 이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서고
출발할때 마다 승객들은 이리 쓸리고 저리 쓸렸다.
그는 손잡이에 매달려 흔들리면서도 다른날 처럼 짜증스럽거나 피곤하지 않았다.
동그라미 여섯개를 어떻게 쓸까하는생각에 마냥 즐거웠다.
중 3 짜리 아들이 성적이 부진하다며 여름 방학때 과외를 시켜야겠는데
과외비가 걱정이라던 아내의얼굴이 떠올랐으나
(왕 엄살이지...챙길건 지가 다 챙기구선.....내가 뭐 돈 벌어다 주는 기곈가?)
그는 단호하게 아내의얼굴을 지워버렸다.

바로 옆에서 솔솔 풍겨오는 향내에 그는 시선을 돌렸다.
늘씬한 몸매의 매력적인 젊은 여자가 그의 곁에 서 있다. 버스가 흔들릴때마다
여자의 몸과 그의 몸이 가볍게 부딪쳤다.그는 또 즐거웠다.
( 오늘은 정말 일진이 괜찮은 날이군!!!!!!)
횡단보도의 정지선 앞에서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서 있던 승객들이 한쪽으로
쓸렸고 그 와중에 옆의 여자가 와락 그의 품으로 안겨 들었다.
잡고 있던 손잡이를 놓친듯 했다.그는 엉겹결에 여자를 안은 꼴이 됐다.
" 어머~~선생님 죄송해요."
황급히 자세를 바로하며 여자는 미소띤 얼굴로 말했다.
" 괜찮습니다 뭐......."아직도 그의 품에 남아있는 여자의 향기를 음미하며
그는 또 속으로 흐흐...웃었다.

집 어귀의 길모퉁이를 돌아서자 그는 주위를 살펴 보았다.
행인이 없음을 확인하고 윗도리 안주머니에 손을 가져 갔다.
아뿔싸!!!!!!!!이럴수가???????????
안주머니는 예리한 칼날로 그어진채 텅 비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