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말일이 가까워오면 으레껏하는 짜증섞인 은행볼일을 끝내고
하릴없이 잡지책을 펴들었다가 향수아련한 사진하나를 발견했다.
못난이 삼형제라는 이름을 가진 몰랑몰랑한 플라스틱인형 세개.
뚫어져라 그 사진을 쳐다보며 회상에 빠진다.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가진곳에 다니던 시절, 꽤나 잘살던 친구네의
피아노위에 올려져있던 인형이 있었다.
빨강과 초록의 원피스를 입고 머리는 산발을 한채 앉아있었던 그
까무잡잡한 인형 세개.
하나는 찡그리는 주근깨였고 둘은 웃고있지만 결코 이쁘지는 않았으나
그 인형이 내게주는 느낌은 참 남달랐다.
무섭기만한 아빠와 언제나 바쁜 엄마....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처럼
떵떵거리며 살지못하는 내 현실을 어린나이에 깨닫게 된건 그 인형을
보면서였을지도 모른다.
피아노와 인형....
난 꿈도 못꾸는 천상의 이야기였다.
집에 돌아와서도 인형과 피아노가 계속 아른거렸다.
나도 피아노가 있었으면....그위에 예쁜 인형을 조로록~ 놓아두고서
예쁜 원피스입고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쳐봤으면...
눈이 참 컸던 친구의 언니가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노래부르며 연주하던
이름모를 팝송이 귓가에 맴돌았었다.
그때보았던 바로 그 인형이 이젠 잊혀진 옛 물건이 되어 잡지에 올라
특집코너의 한꼭지를 장식한다.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지난날의 추억이건만 이제는 조용히 미소만
짓게된다.
흘러가는 세월과 옛것이 되어버린 물건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자리에 머물러있다.
그 사진이 있는 페이지를 소리나게 부욱~ 찢어서 가져와버렸다.
선반위에 그걸 접어서 올려놓자니 눈물이 났다.
나는 그 못난이삼형제를 평생 가질 팔자가 아닌가보다....
잠깐의 선잠을 자는동안 아스라한 꿈을 꾸었다.
머리는 뻑뻑하니 산발을 하고 안씻어서 때자국이 덕지덕지한 못생긴
아이 셋을 뻘건 고무다라이에 담궈놓고 꿀밤먹여가며 씻기고 있었다.
입으로는 연신 "내 팔자야...내 팔자야..."를 중얼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