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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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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친구 얘기


BY atomlike 2001-06-25

엊그제 sbs에서 영화'친구'를 놓고 재밌는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렇게 재밌는 토론은 처음입니다. 우리방송의 토론도 이렇게 생생할수 있다니. 토론 프로의 진일보라고 생각됩니다. 과거의 따분한 토론이 아니라, 출연자끼리 큰소리도 오가고, 자기말만 하는등 보는 사람들이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토론이었습니다. 토론의 재료 자체가 역시 말도 많은 '친구'이기 때문일 것 입니다.

얼마나 영화가 폭력적이고, 여성비하적이길래 그럴까?
궁금했습니다. 듣기에 욕도 무지 나오고, 피의 향연이라는데.

드디어 봤습니다.
그 영화는 정말 무지 폭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에겐 향수를 불러 일으킬만 했습니다.
이 영화가 인기를 끈 것은 바로 향수와 폭력때문인 것 같습니다.

요즘 복고의 시대라고 하잖습니까? 영화속에서 보는 내가 살아온 그 시대를 떠올리며, 공감의 미소를 보내고, 끔찍한 폭력장면에선 얼굴을 찡그리면서 호기심있게 보게 됩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하는 조폭의 문제, 사회저변에 깔려있는 깡패문화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그동안 조폭을 다룬 영화가 없진 않았지만, 이 영화처럼 죽이고, 찌르는 영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독기를 품고 영화를 만들었나 싶습니다. 이전의 영화들의 실패로 이번엔 뭔가 보여주는 영화, 과거의 실패를 만회할 영화를 꿈꾸었나 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깡패영화는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던데, 그 깡패를 소재로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어지간한 성공을 계산했겠지요.

영화에 대한 비판이 많아 선입견을 가졌는데, 그렇게 비판받을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깡패라는 3류인생을 다루기했지만 영화도 3류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스토리며, 연기자들의 연기며, 영화의 촬영기법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까지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꼭 영화가 메세지를 줘야한다고 생각해서 그런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영화는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대중적 성공은 대중에게 달려있다. 영화의 상업적 성공은 그 영화가 그 시대의 대중의 요구를 잘 반영했는냐에 달려있다는 조희문 교수의 말에 동감합니다. 대중은 재밌는 영화를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새롭다는 느낌은 못받았습니다. 옛날에 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 대부 같은 마피아영화, 스카페이스같은 갱영화들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것입니다. 곽 감독이나 우리가 그런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 어쩔 수 없겠지요.
'친구'는 깡패소재 폭력영화에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를 적절히 잘 섞어서, 재밌게 만든 영화다. 그 속의 지나친 칼부림과 욕설이 문제삼아지긴 하지만 그것보단 그런 영화에 열광하는 사회분위기가 문제되야할 것이다. 폭력에 열광하는걸까? 향수에 열광하는걸까?
두 가지 다 현실에 만족 못해서이지 않을까?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 물리적 폭력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폭력도 폭력이니까-과 과거가 더 좋았다는 생각 등등.
영화의 마지막에 어린 친구들이 '우리 돌아가자. 너무 멀리 왔다'라는 말처럼 우리네 삶이란 것도 너무 멀리 와 있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