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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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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그레이


BY sorory 2001-06-20

키는 그다지 크지 않으셨지만
반 곱슬머리~ 짙은 눈썹
우수에 젖은 듯한 검은 눈동자에
가슴을 울리던 부드러운 목소리의
다재 다능하시던 울 아부지는
바람끼 또한 넘치셨던지?
어린 시절 늘 울 엄마는 울 아부지 그 바람끼 때문에
가슴을 끙끙 앓곤 하셨다.

가을바람에 시든 꽃대가 허리 꺽이던 늦은 저녁나절
목마름에 들어섰던 어둔 정지(부엌) 구석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시던 울 엄마는 울 아부지 미워 울고 계셨고
그 바람허리 꺽인 울 아부지는 쓴 소주 몇 잔 가슴에 담으시다
마루에서 먼 허공 바라보시며 눈부시게 흰 런닝속에서
떠나 보낸 사랑에 울고 계셨다.

그렇게 서로 다른 곳 바라보며 사랑에 목말라 울곤 하시던
울 아부지 나이 서른 일곱. 울 엄마 나이 서른 일곱.
..............................

등지고 사시던 세월 흘러가

어언
사랑도 다 말라 버리고 눈물도 다 말라 버린다는
울 아부지 나이 일흔 고개. 울 엄마 나이 일흔 고개.
무료한 하루 일구시려고 종로까지 가는 버스 잡아타고
파고다공원 나들이 가셨다.

비둘기 몇 쌍 구구 거리는 나무의자에 나란히 앉아
캔 음료 하나 나눠 드시며 무심히 이야기 주고 받으시다
울 아부지 잠시 화장실 가신사이
울 아부지보다 더 멋진 할아부지
넌지시 엄마 곁에 스리슬쩍 앉으셨다.

"예까지 할멈 혼자 오셨수?"
"아이고 아임니더 영감 있써요"
"우리영감 잠깐 변소 갔니더..."

그 멋진 할아버지... 쩝쩝쩝... ^^
.......................

울 아부지 나이 일흔 고개. 울 엄마 나이 일흔 고개.
그깟 눈물이야 말라 버려도
사랑은 오래 오래 마르지 않았으면...
사랑은 오래 오래 마르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