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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10

가분이


BY jawun1212 2001-06-19

우리마을에 가분이가 살았다
이름이 가분이였고 머슴애인것이 뭐 대단한소재라고
글을 쓰는고 의아해하셨쪄
가분이는 생김이 보통사람과 좀 달랐다는게 첫째 이유고
선하고 착하기 이를데없는데 모자란것도 아니면서 꼭
어른들께 인삿말을 아침 저녁 점심 구별없이 통일되게
쓰는것이 우리와 다를뿐이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은 요즘은 보기 드문현상이지만
예전엔 사팔뜨기,언챙이,이런 사람들을 종종 볼수있었던
시대얘기라고 이해하시고 읽어주시면 되겠지여
가분이는 사시(사팔뜨기)였다
나보다 나이는 세살 위였고 학년도 3년 위였다
키도 껑충했고 몸은 빼빼마른 체구에 늘 허리춤에
젖먹이 동생이 달랑 매달려있었다
학교갔다오면 동생을 엎고 못하는 놀이가 없었다
구슬치기는 가분이를 따라갈 머슴애가 없을정도였는데
촛점 맞지않는 눈으로 기막히게 구슬을 맞히곤 했다
그래도 늘상 애들의 놀림감이 되고
또래 머슴애들의 왕따속에서도 가분이의 슬픈모습은
본적이 없다
천성이 밝아서인지 동네어른들께서 인사를 안하고
지나치면 "가분이 보다 못한 넘"이라고
꼭 한마디씩 뒤통수에 날렸다
그것뿐이아니다
우리 할아버지도 이웃 어른께 "진지 드셨습니까" 란
인사를 어쩌다 깜박 빠뜨린 경우
여지없이 "가분이 뽄을 봐라 갸가 얼마나 인사를 잘하는고"
그러시곤 하셨다
가분이의 인사성은 온동리 어른들께 칭송이 자자했다
다만 아침에 마주쳐도"아침 잡수셨습니까"
점심때 마주쳐도"아침 잡수셨습니까"
저녁때 마주쳐도"아침 잡수셨습니까"
그러다가 어르신들이 " 이눔아 지금 해저문 저녁인데 웬 아침이고"
윽박지르기라도 하면
뒤통수 긁적이며 멋적게 한번 웃고만다
모자란것도 아니면서 꼭 인삿말을 잊은건지 입에 베여 자연스럽게
나오는것인지 그것을 물어보지 않아서 아직도 모른다
언제나 복숭뼈가 드러난 바지에 물들인 윗도리는
소매마져 짧아서 앙상한 뼈가 다 보이곤 했는데
초등학교 6학년때 같은 반 아이들이 가분이를
체육부장을 시킨적이 있었다
애들이 놀리느라 그랬겠지만
가분이로서는 참 난감했으리라
달리기는 매번 꼴찌고 공차는 수준도 영 아니면서
범강장달 같이 큰 녀석들이 우글 우글 한 속에
부장이라니 얼마나 난감했을꼬
만장일치로 뽑아준 자리라서 사양도 못하고
가분이는 6학년 일년동안 선생님의 지청구와
친구들의 놀림속에서도 체육부장 자리를 무사히
완수는 했지만 늘 조마조마 했으리라
부장이란 자리가 어디 만만한 자리인가
학생들이 한명이 잘못해도 전체기합도 많던 시절
걸핏하면 부장나와 하시는 선생님의 본보기 기합도 있던 시절
그래도 학교가기 싫다는 말이 없었다니 맹 한것이었던 걸까
그런
가분이는 초등학교 졸업을 끝으로
더 이상 학교를 갈수가 없었다
바로 아래 동생이 곧이어 중학교를 가야했기때문에
가분이는 갈수가 없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가분이 엄마가 친모가 아니라고 했다
바로 아래동생부터 4남매는 엄마가 같지만
가분이만 친모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늘상 두살터울의 동생이 있었음에도
가분이 등에서 젖먹이가 떨어질 사이가 없었나보다
그 무렵 우린 도시로 이사를 나왔다
간간히 고향소식을 들을수가 있었지만
가분이 소식은 들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내 나이도 불혹을 넘기고
고향분들께 고향사람들 소식을 묻다가
가분이 소식을 물어봤다
가분이는 이웃마을 소아마비장애를 가진 처녀와
혼인을 했는데 시어머니 구박에
2년여 살다가 색시가 도망가고
혼자서 부모님 모시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공부시킨 둘째는 도시에서 부모를 나몰라라 한다는데
천성이 착해서일까 가분이는 그렇게 자신을 미워하던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했다
여전히 "아침 잡수셨습니까"
레파토리는 변하지 않았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