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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씻는 것과 저녁에 씻는 것 어떤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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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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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자세히 보지않으면 보이지않는게 너무 많아요..>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BY 봄비내린아침 2001-06-16

아들만 둘이니, 녀석들이 눈을 붙이고 잠드는 순간까지 머리꼭지가 휭휭 돌만큼 정신이없다.

잔다.잔다..다들 잔다.
아니, 울 대장은 오늘도 늦다..

좀 전까지 니 자리가 넓니, 내 자리가 넓니
투닥거리던 녀석들은 어느샌가 두손을 서로의 목에 엉켜붙여놓고 너무도 평화로운 모습으로 잠이 들었다.


혼자 비디오를 보기 시작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녀,,원주는 참 귀여운 여자이다..

그리고 그 남자 봉수는 너무나 평범한 은행원이고,,무미하게 살아가면서 늘 결혼을 동경하는 노총각이다..

함께 살던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사회를 보던 그가 신랑 이름대신 잠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실수를 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결혼을 하고싶어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속엔 늘 숨겨진듯 엮이는 많은 만남이 있을터이다.

엘레베이트안에서, 은행에서, 비오는 거리앞에서, 그들은 종종 마주친다.
그리고 원주는 서서히 그 남자 봉수를 자주 자신의 일상에서 떠올리게 되고, 봉수의 무뚝뚝한 듯 버벅대는 반응을 보며 원주는 그도 자신을 사랑하는 건 아닐까,,,막연한 기대를 가진다..

그리고,,그녀는 늘 끼고 다니던 생수를 한모금쯤 마시고 나머지는 자신이 근무하는 학원의 책상위 화분, 때론 봉수의 은행창구 화분, 또는 원주 자신의 방 창털 화분 등에 조심스러 쏟아부음으로써 그들의 사랑에도 물을 주고 있었다.

봉수가 교통사고로 얼마간 은행창구에 보이지않자, 그녀는 몹씨 궁금하고 걱정이 된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담당하고 있던 현금써비스기기앞 CC.TV앞에서 그에게 짧은 메세지를 띄운다..

봉수는 오래전부터 미리 자신의 아내가 될 여자에게 보여줄 자신만의 스토리를 찍고 있었다..

영화에 자주 원주와 봉수는 아무도 보지않는 카메라앞에서 자신만의 솔직한 애기를 어색하게 이어가곤 하는데...
원주는 봉수를 향해,,그리고 봉수는 자신의 미래의 아내에게 또는 뒤늦게 나타난 이혼한 학교친구에게...

서로 다른 곳을 향해가는 엇갈린 사랑이 잠시간 마음 아팠다..

"좋은 곳 알고있는데, 같이 식사하실래요?"
란 메세지를 창구에 슬? 들이밀었다가 거절당한 원주가 CCTV앞에서 읊던 대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자세히 보지않으면, 세상엔 안 보이는게 참 많아요...."

세상엔 정말 자세히 보지않으면, 안보이는게 얼마나 많은가?

또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고 사는것일까?

그냥 무덤덤히 흘려버렸던 봉수가 그녀를 진심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된 건 CCTV의 녹화화면에서이다..

아무도 봐주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폐쇄된 공간속에서 그
녀의 들리지않는 목소리는 '봉수' 그를 부르고 있음을...

사는건 늘 그런 거 같다..
대충 흘려버린 어떤 존재가 어느날 불쑥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이가 되어있음을 느끼고,
보통의 이웃처럼 늘 웃던 그녀의 미소가 나만을 위한 특별한 미소로 다가오기도 하며,
한줄의 시나 글귀 또한 어느 순간 나를 위해 누군가 읊조리는 프로포즈처럼 들리기도 하는....

그들이 만나는 대부분의 거리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추적..추적..

단순한듯, 흔한듯,,
영화의 스토리속에서 나는 많은것을 건졌다.
봉수가 출근길에 1시간쯤.. 지하철에 정체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깜깜하고 답답한 어둠속에 형광색의 핸폰 불빛이 하나 둘,,마을의 등불처럼 밝혀져간다.

모두들,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속삭이고, 웃고,,

"어디에, 누구에게 저렇게 전화를 하는걸까?"
봉수는 자신의 주머니속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꺼집어냈다가 다시 넣는다.
딱히 전화를 해서 주절델곳이 없음을 알고 그는 잔뜩 화를 낸다..
봉수의 모습은 사람도 많고, 친구도많지만 정작 마음 둘데없이 고립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였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말은 봉수가 한 말 같지만 실은 여주인공 원주가 봉수의 아파트에 초대받아가서 그에게 한 프로포즈쯤 되나보다..

사과를 깎는 봉수옆에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사과 깎아주는 아내, 청소해주는 아내, 밥해주는 아내,등긁어주는 아내...그런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나는 봉수, 당신의 아내가 되고싶다..아내가 되어 사과도 깎아주고 청소도 해주고, 등도 긁어주는...그런 아내가 되고싶다....."
그런 뜻 아니었을까?

"세상엔 자세히 보지않으면 보이지않는게 참 많아요.."
원주의 그 독백처럼 봉수는 어느순간 잘 보이지않던 그녀의 존재를 새로운 눈으로 받아들인다..

커다란 우산을 들고, 그녀가 내려오는 계단밑에 서서
"우산 좀 같이 씁시다.."
원주는그의 손에 들린 커다란 우산을 보았지만, 기꺼이 그녀의 작고 노란 우산을 그를 향해 펼쳐준다..

원주는 봉수가 막연히 동경하던 "아주 특별한 그녀"는 분명 아니었지만 그의 옆에서 작은 우산이라도 함께 받쳐줄 세상에 단 한명의 여자가 된 것이다..

잘 보이지않던 것을
새롭게 본 봉수는 행운아다..

<진정한 소중함이란 소중한 눈빛으로 관심깊에 들여다 보지않으면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