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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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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머무는 느티나무...4


BY dlsdus60 2001-06-16

마을 어른들은 밤이 되자 반장 댁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사람들의 표정에는 귀신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반장은 방안 가득 빙돌아 앉은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제 오실 분들은 다 오신 것 같구먼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우리 마을에 귀신이
왔다는 것은 필시 좋은 징조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라고 사장나무가 어떤 나무입니까? 우리 마을을 600년 동안이나 지켜준 나무란
말입니다.
그런데 그곳에 그 썩을 놈의 귀신이 든다는 것은 나무를 죽이려는 작정인 것 같습니다.
사장나무가 죽으면 우리 마을도 끝장이 날거구먼요. 아, 안 그렸습니까?"

사람들은 반장의 입심에 공감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마을이 끝장 난다는
대목에서는 침울한 표정까지 내 비쳤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겄능가?"

마을 중간쯤에 사는 종철이 아버지가 답답한 듯 한숨을 몰아 쉬더니 반장에게 물었다.

"아, 그 귀신들을 사장나무에서 몰아 내야지요."
"어떻게 말이여? 하나도 아니고 셋씩이나 된다는디."
"우리들 모두 횃불을 들고 사장나무에서 귀신이 나타날 때까지 보초를 서는 것이
어떻겠어요?"
"보초를? 아니 그 귀신들이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언제까정
보초를 슨단 말이여?"
"그렇다고 귀신이 셋씩이나 되니 한두 사람 가지고는 택도 없는 일일텐디."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동식이 아버지가 헛기침을 하더니 반장의 말문을 막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여, 시방. 우리가 횃불을 들고 있으면 그 귀신들이 오겄능가? 귀신들은
송진 불을 젤 무서워하는데. 나라도 안오겄네! 그 귀신들을 몰아 내려면 사장나무
근처에서 숨어 있다가 그것들이 나타나면 횃불을 켜고 다가가 쫓아 내야제."
"맞어! 동식이 아버지 말대로 그렇게 해야 혀!"

마을 사람들이 동식이 아버지의 말에 동조하고 나서자 반장은 성급한 제안을 하였다.

"그럼, 오늘 당장 나갑시다. 나이 드신 어른은 집으로 가시고 우리 젊은 사람들이
나가는 게 어떻겄습니까?"
"그럽시다. 쇠뿔도 단김에 빼부러야제."

종철이 아버지의 맞장구에 사람들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송진이 박힌 소나무 뿌리로
횃불을 만들고 한마음으로 뭉쳐진 마을 사람들에게 귀신은 이미 두려운 존재가 아닌
듯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