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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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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머무는 느티나무...3


BY dlsdus60 2001-06-16

이야기가 정점에 이르자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키고 친구 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에
깊숙이 빠져 버린 사람들의 표정에 만족한 듯 무용담처럼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아, 나는 처음엔 아그들이 나와서 놀구 있나했당께. 그런디 가만히 살펴본께 그것이
아니여. 그려서 조심스럽게 자전거를 끌고 재를 내려오는데 갑자기 귀신이라는
생각이 들드랑께. 아따, 그때부터 다리가 달달 떨리는디 발이 떨어지지 않는 거여.
그려서 할 수 없이 자전거를 세워 놓고 바위 뒤에 숨어 사장나무를 유심히 살펴 봤제.
그때가 아마 12시가 조금 못되었을 거구만!"
"아따, 이 사람아! 뜸들이지 말구 빨랑 얘기해 보소! 그것이 귀신이여 뭐여?"

성질 급한 기택이 아버지는 결과가 궁금했는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워매, 이 사람아! 성질 급하기는. 내가 30분은 바위 뒤에 숨어 살펴 봤을꺼여.
여자 셋이 분명한디 하얀 소복을 했드만. 그라고 아그들이 올라가 놀던 암나무에서
한참 동안을 앉어갖고 즈그들끼리 무슨 이야그를하고 있드랑께!"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자네는 알아 들었당가?"

이번에는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꺼내 물던 병덕이 큰아버지가 친구 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앉으며 물었다.

"아이고 성님! 내가 귀신들의 이야그를 어떻게 듣겄소? 시방, 내가 귀신이란 말이요?
아무튼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 있기가 너무 힘들어 자세를 고치고 본께 그 귀신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드랑께요. 분명 여자 귀신들이 맞을 거구만. 내 두눈으로 똑똑히
봤은께 틀림 없을 거여. 그랑께 앞으로는 밤에는 사장나무에 나가지 말드라고."

사람들은 친구 아버지의 이야기가 끝나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뿔뿔이 흩어졌고 밤이
되자 마을은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평소 같으면 저녁을 마치고 느티나무에 나와 시원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마저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귀신 소문은 마을에서 잊혀져 가는 듯 했으나 또다시 그 귀신을
목격했다는 봉칠이 청년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급기야 귀신의 존재를 사실로 받아드린 마을 어른들은 그 귀신을 마을에서 몰아내야
한다며 언성을 높였고 다음날 아침에는 골목길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반장은 방송을
하였다.

"아~아~ 마이크 실험중입니다.(잘되나?...잘 들린다요. 아, 그려) 잘 들리지요? 마누라가
잘 들린다고 하는구먼요. 아~아 반장올시다. 아침 식사는 잘들 하셨겄지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어젯밤 봉철이가 사장나무에서 그 여자 귀신들을 또 보았답니다. 그래서
우리 마을 사장나무에 귀신이 왔다는 것은 필시 좋은 징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귀신을 마을에서 몰아내야 하지 않겄습니까! 해서 오늘 저녁 저희
집에서 여러분들과 모여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니 어른들은 한 분도 빠짐없이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라고 아이들이나 부녀자들은 밤에 절대로 사장나무 근처에 출입을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 아 이상입니다.(잘했능가?) 지지직~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