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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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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 로맨스 (下)


BY 프리즘 2001-05-20

버스정류장 로맨스 2탄.....올라갑니다.




내가 다니던 고교는 지리적으로 끝내주는 곳이었다.

별다른건 아니고 내가타는 버스정류장에선 유명한 전통이 다녔다는

대구공고 남학생들이 내려주고,

그 다음 코스는 씨름부로 유명했던 영신고

다섯코스를 더가면 시내한복판 동성로

세코스를 더가면 앞에 말한 가슴쓰린 영남고

두번더가면 농구부로 유명하고 꽃미남이 부지기수인 계성고

네번더 가면 젠틀맨들이 많은 심인고, 거기다가 계명대까지

우리학교랑 같이 내리는 대구고

그 다음코스에 내리는 영남대...

헉헉~!!! 이 얼마나 여고생에겐 환상적인 코스인가 말이다!!

그많은 남학교를 거치는 기나긴 등교길이 하루도 지겹지 않았었다.

널린게 꽃미남이요, 걸리는게 남학생이니 이 어찌 아니 기쁘리오...

중학교때야 철없어 기냥 넘어가겠지만 가슴빵빵한 고등학교때는

아침마다 등교길이 너무나 즐거워 지각한번 안했다.

더군다나 내가 타던 86번 버스는 주말이면 시내에서 난다긴다 하는

온갖 날라리들이 애용하던 유명한 버스노선이었기에, 난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룰루랄라~했었다. (공부빼고 -_-;)






가슴아팠던 '마스크사기사건'이 있었던 이후로 몸조심 마음조심했지만

그래도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거리던 여고시절이라 얼마안가

그 일은 뇌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내 못말리는 남자밝힘증은 이내 고개를 들어 또다시 순정바칠

꽃미남을 물색하고 있었다.

이번엔 완벽했다!!!!!

제일먼저 마스크라고는 'ㅁ'짜도 보이지 않았고, 내 식성(-_-)대로

키크고 살짝 마른, 얼굴도 갸름한, 여드름까지도 안개꽃으로 보이는,

목소리 또한 안빠지는, 하얀 피부의 꽃미남이 울집 다음정류장에서

포착되었다.

눈에 띄려고 교복을 맨날 다려입었다던가, 허벌라게 일찍나와 시간맞춰

탔다던가, 저번보다 더 홈빡빠졌다는 등등의 얘기는 말안해도 알거다.







저번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후 완벽함을 확인한 나는 상큼한 봄날,

간크게도 그 오빠(?)네 집엘 가게되었다.

우아한 홈드레스를 차려입으신 어머니도 예쁜(^0^) 여자친구가 왔다며

과자를 내오셨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 오빠의 방에 들어섰다.

이것이 남자방이구나! 몰래몰래 콧구멍 벌름거리며 냄새도 맡고--;

여기저기 힐끔대며 과거의 행적이라도 어찌 캐낼 수 없을까 고심하던 차에

뻘쭘하니 서있던 그 오빠가 앨범을 꺼내왔다.

(왜 꼭 그딴거밖에 할게 없었을까...)

앨범을 뒤적이며 화기애매한 시간을 가지면서 그 오빠가 나에게 물었다.





"참~ 넌 이름이 머야? 우리 그러고보니 이름도 모르네"




새됐다..--;

난 내이름 무지 시러한다...그 당시에 모창으로 유명하던 모여가수

이름이랑 똑같다.

미팅안한, 아니 못한 이유도 이름밝히기 싫어서였다.

위기의 순간이다.



"오호홍~ 저 이름...안이뻐서요 갈쳐드리기 시러용"

"에이..그래도 오빠동생하려면 이름정도는 알아야지이"

"아이~ 시른데...정 궁금하믄 힌트드릴께요~ 요즘 인기있는 가수랑
똑같아요 ^^ 호호호 ~*"

"그으래? 음...보자...생김새랑 모든걸 종합해볼때."




"이~!" (오옷! 놀라운 추리력)

"은~!" (???????????)

"하~!" (개애애쉐애애액!!!!)






난 또다시 그 길고 긴 골목길을 하염없이 눈물을 흩뿌리며 뛰었고,

이번엔 원망조차할 대상도 없어 그저...흘러내리는 눈물만을 벗삼아

뛰고 또 뛰었었다....

내 뒤통수에선 그 오빠의 처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은하야~~~왜그래~~~~~~???"





(이은하씨 열렬팬이긴 하지만, 그당시 그녀의 코와 몸매는 어린나의
가슴한구석에 대못을 박아놓기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