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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추억함


BY 후리지아 2001-05-14

유년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봄이면 새싹이 돋아나 듯 소록하게 쌓여 지는 것 같다.
가끔씩은 유년을 생각하며 지금의 먼지를 걷어내고,
유년의 기억으로 마음의 때을 밀어 내며 살았으면...

꽃밭에 앉아 채송화가 자라나는 모습을 보았고
꽃밭 돌멩이를 따라 줄지어 다니던 개미떼 들
아무 걱정도 없어뵈는 땅강아지, 그 유년의 기억 만 으로도
추억의 창고가 넉넉하다.
언제든지 돌아가 놀고 싶은곳.
그 많던 들꽃 들 이름을 잘도 외우고 다녔는데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는 이름이 훨씬 많은 듯 하다.
창고에서 그네들은 그대로 앉아 자라고 있는데, 내 기억은
지워져가고 있으니.
가슴이 먹먹 하도록 아름답던 그 들꽃들.

내 나이가 몇살쯤 이였더라!
눈이 녹아 내리던, 봄이 오려면 기다려야 했던
집에서 훤하게 내다뵈는 넓디 넓은 들이 펼쳐저 있었다.
겨울이 가려면 조금더 기다려야 하지만
땅 속의 생명들은 마음이 급한 모양이였다.
짚으로 논바닥 전체가 덮여 있었다, 볏짚 사이로 초록의 잎새들이
비집고 나오고...봄이 온다고 바람이 소식을 전했
논에 널려있던 지푸라기를 거두어 내면 논 가득했던 자운영
끝도 없이 펼쳐진 초록의 바다는 내 유년에 보았어도 늘 가슴
한구석에서 초록의 바다로 일렁이고 있다.

그때도.
지금도 난 가끔씩 멀미가 나도록 지치는 날이면 자운영 가득했던
초록의 바다를 생각 해낸다.
보랏빛도 같았고 진홍색 일 것도 같았던 자운영의 꽃들
초록의 바다에 표류하고 있는 별님 같았던 그 꽃은 지금도
내 가슴에서 출렁대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오랜 기간동안 앓아오신 아버지로 인하여 내 어머니는
마른 장작같은 가슴으로 사셨다.
어쩌면 남편이란 돈을 벌어다 주지 않아도...곁에서
버팀목만 되어 주어도 고마운 존재일 수 있다.
내 어찌 내 어머니의 가슴을 모를까!

그날도 어머니는 아버지의 약을 지으시러 읍내엘 나가셨다.
약 몇 첩을 들고 집을 향하시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 셨을까.
우리 어머니도 원치않는 결혼 생활을 하셨다.
외할아버지께서 어머니가 팔자가 세다고
나이많은 사람을 찾아 어머니를 시집을 보내셨다 하셨다.
어머니의 삶은 어떠한 것이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 칠남매를 낳으셨다.
사랑이 있으셔서 사셨을까!
그저 내가 산 것처럼, 아니 어머니가 사셨던 것처럼
나도 그냥 살았으니까...
사랑보다는 하늘을 거역하지 않으려고 오죽이나 힘들고
고단하셨을까...
나도 그랬는데...정말 고단 했는데...

아버지가 돌아 가셨을때 어머니의 통곡을 난 기억한다.
우리 어머니의 통곡을...무엇을 보내기 위한 통곡 이셨을까?
난 지금도 섧게 통곡 하셨던 어머니를 기억한다.
내나이 네살임에도...

햇살이 따사로운, 아니 뜨거운 음력 오월 이였다.
햇살 따가운 바위에 앉아 소꼽놀이를 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 두어사람 앉을 수 있는 바위 겠지만 그때 내 눈으로
보이던 바위는 집채만한 바위였다.
돌 나물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돌 나물을 뜯어
소꼽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날 보시던 어머니의 눈을 난 기억한다.
애잔 하시던 어머니의 그 눈빛을
어린 나때문에 살고 싶으셨을까? 죽고 싶으셨을까?
한번도 어머니께 그때의 심정을 여쭙지 않았었다.
내 그걸 알아서 무엇하랴 싶은 마음에서
어쩌면 일부러 피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 입에서 나올 말이 두려워서...

세월이 지나 어머니 자리에 서고보니 알것도 같았다.
내어머니의 심정을...

비내리는 날이나 햇살이 맑은 날 어머니가 보고싶다.
내 유년 비오는 여름날 문을 열고 앉아 무심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나누었던 이야기들
기억은 없지만 무슨 말 인가를 나는 조잘댔고, 어머닌
바느질 하시던 손을 잠시 멈추시고 날 바라 보시며 살포시
웃으시기만 하셨는데.
가마솥에 밥을 지으 실 때마다 일부러 누릉지를 눌려
한덩이 만들어 주시던 내 어머니...
지금도 누릉지를 좋아해 압력솥에 누릉지를 만들어 먹는다.

밥을 푸시고, 달챙이 수저로 박박 긁으셔서 손에 물을 묻혀
꼭꼭 주물러 만들어 주시던 그 누릉지가
비오는 날이나 햇살 맑은 날이면 어머니의 향기와 함께
그리워 진다. 멀리 까지 퍼지던 고소한 누릉지의 향기가...

너무나 정갈하게 사시던 내 어머니는 지금 하늘에서
무엇을 하시며 소일을 하실까.

어머니가 너무 보고싶어 몇 날을 우울한 적이 있었다.
어느날 자동차를 타고 문성터널을 지나는데...
터널 위 어두운 하늘에 어머니가 계셨다.
하늘 거리는 흰 치마 저고리를 입으시고 살 풀이를 추고 계셨다.
동백기름을 바르신 어머니의 검은 낭자머리를 흥에 겨워
끄덕 이시며 어여쁜 버선코를 살포시 드시며 그렇게
너울너울 춤을 주고 계셨다.
그 비오는날 내 이야기를 들으시며 살포시 웃으시던 미소로...

내가 힘들때 마다 내 어머니는 그렇게 나를 만나러 오셨다.
항상 정갈하고 아름다우신 모습으로...

나이가 먹으면서 너무나 어머니를 닮아가는 날 보며
어머니는 내 속에서 살고 계시구나 생각을 한다.
어머니의 얼굴, 손, 발...어머니의 모습이 내속에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