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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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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의 비자금


BY ps 2001-04-20


바지를 갈아입다 떨어진 동전을 찾으려 침대밑을 더듬는데
손에 뭔가 걸려 꺼내보니, 낯설은 조그만 지갑이었다.
열어보니 프랭클린 초상화(미화 백불 짜리)가 가득하다.

아 ! 마누라의 비자금이구나.
오랜 시일 모았을 꽤 많은 돈이었다.

기특하군! 생각하며 지갑을 닫는데 오른쪽 어깨에 뭔가 느껴져 돌아보니,
빨간 옷 입고 삼지창을 든 조그만 녀석이 윙크를 하며 조언(?)을 한다.
'챙겨 !'

'챙겨 ?? !!'
지갑을 닫던 손을 멈추고,
혹시나하고 왼쪽 어깨를 보니 아무것도 없다.

눈앞이 갑자기 아득해졌다.
"돈 앞에서는 눈이 먼다지?"
"게다가 이렇게 큰 돈인데, 눈이 안 멀면 이상한 거지?"

급하게 돈을 주머니에 쑤셔박고 집을 나섰다.
그래, 그동안 꿈만꾸던 생활을 잠시나마 해보자 !

우선, 옆 빌딩에서 일하는 금발의 미녀 "실비아"에게 전화를 했다.
그동안 아름다운 자태에 주눅이 들어 말 한번 제대로 걸어본 적이 없는,
미국 친구의 비서인 "실비아"가 마침 전화를 받았다.

'실비아, 갑자기 목돈이 굴러 들어와서 마구 쓰고싶은데,
도와주지 않을래 ?'
'얼마나 되는데 ?'
'우리 둘이 며칠 동안 걱정없이 쓸 만큼'
'난 여행을 좋아하는데...'
'그래, 그럼 멕시코나 한번 갔다 오자 !'

좋다는 "실비아"를 차에 태우고 베버리힐에 있는 로데오 거리로 향했다.

우선, 최고급 골프 세트 2 개 사고, 연이어 구찌, 페라가모, 웅가로,
베르사체...등을 들려 구두, 백, 수영복, 썬글라스, 그리고 여러종류의
옷들을 샀다.

아름다운 금발의 미녀와 자그마한 동양인이 같이 들어올 때,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던 점원들이,
주머니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는 현금을 보더니만,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굽신굽신 한다.
"흠, 돈이 좋긴 좋구나 !"

멕시코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와인 2 잔에 기분이 알딸딸 해지는데,
하주종일 좋아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실비아"가
그 풍만한 몸매를 나에게 기댄다.
(음~~ 오늘 밤에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
즐거운 상상을 하며 눈을 지긋이 감는데, 갑자기 누가 나를 부른다.

'응 ??'
'여보, 저녁 다 됐으니 내려와 !'
(아, 꿈이었는가?)

지갑 생각이 나서 내려다보니,
얼마나 꼭 움켜 쥐었던지 두 손등이 하얗다.
피식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지갑을 제자리에 곱게 돌려놓았다.

저녁상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치찌게가 올라 있었다.
먹다가, 아쉬운 "멕시코" 생각이나서
찌게 뜨던 숫가락을 잠시 멍하니 보고있는데,
마누라가 묻는다.

'왜 그래?'
'응 ? 응, 오늘따라 김치찌게가 유난히 맛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