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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씻는 것과 저녁에 씻는 것 어떤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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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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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트 이야기 5


BY 밤하늘 2001-03-19



할머니의 병실에 있으면서 나는 휴지 케이스를 시작하였다.

지난번에 하나 만들긴 하였지만.. 내가 도안을 했고, 직접 천도 배색을 한 이번 작품은 지난번 것보다 약간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되리라 기대를 해 본다..

아침에 일어나 앉아 할머니 옆에서 바느질을 하다가...
퀼트 잡지 한권을 뒤척이고 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다.

욕창이 생기셔서 꼼짝도 못하고 누워계신 할머니를 보시고는..

"할머니.. 움직이셔야 해요.. 아프시더라도.. 좀 뒤척이셔야 욕창이 나으시고 댁으로 가실수 있으세요.. 바깥에 봄이 오는데.. 지팡이 짚고 꽃구경 가셔야죠.."
하고 말을 건네오셨다..

할머니는 그런 간호사 선생님의 말씀이 듣기 싫으신지 시선을 돌려버린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시선만이 겨우 돌아가는 자신의 신세가 안타까웠는지.. 이내 울음을 터뜨리신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너무도 측은한 마음이 들어 할머니를 가만히 안아 드리고 볼에 입을 맞추어 드렸다..

오후들어 간병인 아주머니가 오시고 교대를 해서 집으로 가는데 버스에 몸을 실으니.. 눈이 오기 시작한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려니.. 군대 간 남편 생각이 난다.

그날.. 나는 남편에게 편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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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버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며 니가 가고 니 걱정이란 걸 처음으로 했다.. 머리를 박박 밀고 니가 떠나던 날.. 비가 왔잖아.. 빗방울이 너의 맨머리에 닿자 시리다고 했던게 생각이 나서...

그동안 니가 떠나고 몇 번이나 눈이 왔는데.. 할머니 병간호에 지쳐 눈이 와도 니 걱정을 할 새가 없었어...

하지만..
하지만..
너 아니?

우리가 연애를 할 때...
니가 기다리는 약속 장소로 나가며..괜시리 내가 뛰어가는 그 길에서 눈물이 났던거 너 아니? 그 길의 끝에 내가 사랑하는..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서 있구나...하는 생각에 고마움이 목까지 차 올라와서 그랬었어... 그 때, 내 눈에 맺혀있던 눈물방울을 니가 못 본게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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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었다...

남편이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이 휴지 케이스를 보여주면 좋아할 것 같다..
그리고 자기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하면 더욱 좋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