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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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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하루를 열며


BY 이선화 2000-10-24


뒤숭숭한 잠을 깨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밤새 비가 내려
길바닥에 물이 흥건하다

맑은 아침이건만 왠지 마음이 개운치 않아 여기 앉아본다
애들 아빠랑 함께 근무하던 사람의 와이프가 불의한 사고로
어제 세상을 떴다고한다

해산을 하다 수술중 숨이 멎었다고한다
동료에겐 이제 세 살박이 아기랑 갓난아기만이 남아있을뿐이다
그리도 사람좋다고 소문난 사람이라던데...

슬픔 이전에 그 답답한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그 소식을 듣고 난 후론 내내 우울해진다
어쩌면 살아있다는 것이, 산다는 것이 하나 휴지조각 하나만도
못한 목숨을 이어가는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허망하고 쓸쓸해지는 마음 크다

그러나 어찌하리오
아직 나는 살아있고 내 자식,내 생명의 잔뿌리들은
각기 제 웃음을 웃고 제 울음을 울면서
저렇게 건재한데 이기적이나마 나 이렇게 살아 저 아이들의 간지러운
숨소리에 묻혀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려야하지 않는가 말이다

겨우 목숨 하나 남아있다고
나도 모르는 순간 죄를 짓고 나도 모른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며
자신을 아끼지 않고 산다면 내 삶의 조각들은 또 얼마나
뒤틀리는 가운데 어긋나 갈 것인가?

살아 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내 시간의 어느 한부분을
희락안에 두고 나태해진다는 분명 나자신에게 죄를 짓는 일일것이라

더욱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나 자신을 조율하고 다듬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설령 내일 당장 없어지고 말 목숨이라 할지라도
아니 그러기 때문에 더욱
경건한 가운데 오늘을 살아야할 것이다

어제 세상을 떠났다는 그 분의 명복을 빌면서
오늘 하루 보다 가지런한 마음으로 지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