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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것...개망초꽃님!


BY 칵테일 2001-03-09

안녕하세요?
칵테일입니다.

제 홈에 님의 글을 읽은 분들의 소감이 올라와 있어서, 무슨 영문
인가 싶어 와서 님의 글들을 읽어보았답니다.

우선 제 경우를 먼저 이야기를 하지요.

제게도 님에 못지 않은 애틋한 첫사랑이 있었답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 아들이었어요.
나는 그와 초등학교 동창인데, 우리가 고2때가 되던 가을부터는
서로가 장래를 약속하며 서로의 첫사랑이 되었답니다.

(아직도 내 가슴에선 아련하고 서늘한 기억이기에, 지금껏
글로도 남길 엄두를 못 내고 있을 만한 그런 추억이랍니다.
언젠가는 저도 글로 쓸 수 있겠지요.)

우리가 함께 미래를 계획하며 쌓아왔던 그 사랑은, 결국 남자쪽
부모의 반대로(이유는 우리 집안이 가난해서 많이 기운답니다.)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했지요.

그게 그 남자 대학 1학년때였는데, 대학 3년 내내 아무 여자도
사귀지 않고 사람이 황폐해져가니 결국은 그 부모가 손을 들어
우리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구체적인 결혼을 제의하더군요.

졸업하면 바로 결혼시킨다고요.

그의 부모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밤 12시가 넘어 떨리는 목소리
로 우리집에 전화걸던 그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러나....
저는 그 하찮은 자존심(네 부모가 나를 반대했었어!!하는 반감)
때문에 몇 번 다시 만나다가 그에게 이별을 일방적으로 고했어요.

그 뒤..
무슨 일이 일어난 지 아십니까?
그 날 저녁, 그는 약을 먹었습니다.
그래도 일찍 발견되어 목숨은 건졌지만, 제게는 평생 씻지못할
마음의 짐과 죄책감을 갖게 했습니다.

어쨋든...
각설하고...

지금은 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그 부모가 나에게 헤어져야
할 이유로 말했던 그 유학입니다. 목사지만 재벌에 가까운 집
이었답니다.)모 대학에서 교수로 있다고 들었습니다.

개망초꽃님.

나는 님의 글을 읽고 님에게 어떤 것도 힐책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제 이야기를 먼저 언급하고 님께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다른 뜻이 아닙니다.

사랑은 남의 희생을 딛고 일어서서라도 반드시 이뤄야 할 그런
절대절명의 감정이 아닙니다.

우리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못다 이룬 사랑을 들먹이며 그 사랑의
필연성을 말하곤 하지만....

그것은 전제가 되기를 그들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겁니다.

님께서 정녕 그와의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또 아름답게
생각하여 못 잊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으셨다면.....

그분이 님과 헤어진 이후에 다시 찾은 사랑으로 이룬 그의 가정
또한 소중하게 인정하고 지켜주셨어야 했습니다.

그의 아내와 님의 남편은 당신들이 새로 지핀 사랑으로 인해,
무참히도 가정이 짓밟히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님께서 그러셨나요?
그 남자가 님을 만난 이후 새삼스레 어떤 젊은 여자를 또 다시
만나서 배신감을 느끼신다고요?

그렇다면, 그의 아내는 어떠했겠습니까?
자신이 사랑하여 아이까지 낳아 기르며 함께 살고 있는 자기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옛애인과 정염을 불태울 때......
그 아내의 말못할 그 마음의 상처와 가족의 피해는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요.

경우야 다르지만, 그렇게 아내를 남의 옛날 여자로 잠시나마 보낸
님의 남편 또한 그 심정이 무어 다르겠습니까?

정녕 님의 지나간 사랑이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그 남자를 깨끗이 잊으십시오.

지금은 그 남자가 당신의 사랑의 대상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당신들이 떳떳하게 사랑하려면, 각자의 가정을 깨끗하게
포기하고 (배우자와 아이들을 포기한 채) 이혼하고 새로 만나야만
그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님들이 아닙니까?

돌려놓을 수는 없겠지만, 사랑이 아름답지도, 영원하지도 않다
라는 한낱 감상적인 언어의 유희로 다른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는
그런 우는 저질러서는 안됩니다.

나..... 나의 첫 사랑!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물론 어린 나이라 지금같은 몸과 마음을 다한 성숙한 사랑은 아니었
지만 그래도 내 마음과 영혼을 다해 그를 사랑했더랬습니다.

그는 나의 긴 생머리를 좋아했습니다.
아직도 나는 이 나이까지도 그가 좋아하는 헤어스타일을 고집할
만큼 그 첫사랑의 여운은 그렇게 큰 것입니다.

비록 마음만 주고 받은 사랑이었어도 한 사람의 영혼을 이처럼
질기게 지배하는 것이 또한 사랑인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 사람을 새삼스레 만나 다시 그 사랑을 불태운다고
해서 우리의 사랑이 더 아름다워지겠습니까?

아니겠지요?
저는 그를 사랑했던 만큼 그의 아내를 존중하고, 또 그의 아이들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나는 나 죽는 날까지 절대로 그를 찾는 일은 평생에 없을
것이지요.

그것이 제 마음속에 간직한 사랑을 소중하게 간직하여 영원히 잊혀
지지않을 추억으로 만드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개망초꽃님..
님께서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것은...
이제 바로... 그 옛사랑에 대한 추억이라고 하겠습니다.

부디 이제라도 강건하게 마음먹고, 그를 위해.. 또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님의 남편과 아이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들도 님에게서 떠나가면 역시 소중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그 추억이 아직은 님의 현실이기도 하다는 것을 늘 잊지 마세요.

행복을 빕니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