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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에트- 아직도 내가 꾸어야 할 꿈이 있는 것일까?


BY norway 2001-02-26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소망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원래 생겨먹은 게 흐리멍텅해가지고
마음 굳게 먹고 실행해 옮기는 일이나
꼭 이루어야 할 소원 같은 건
아예 품을 생각도 안 하는 나였지만,
왠일인지 그 소망은
꼭!이란 다짐어와 함께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머물러 있었다.
터무니없게도,
결혼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으면서도,
아들 셋을 소망한 것이다.
아들 셋!
둘도 아니고, 넷도 아니고, 딱 셋!

아들을 셋 낳아서,
한 놈은 코폴라 같은 영화감독을 시키고,
한 놈은 실리만 같은 고고학자를 시키고,
나머지 한 놈은 니진스키같은 발레리노를 시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꿈과 같은 원대한 설계였다.

하지만 그 시절 나는
충분히 아들 셋을 낳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세계적인 영화감독과 고고학자와 발레리노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꿈을 깬 지 오래지만....

그런데 어제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벌써 오래 전에 기억 속으로 사라져버린
그 꿈이 생각난 것이다.
같이 영화를 보았던 친구들이 영화관 문을 나서며
나한테 물어보았다.
<니네 아들, 발레리노 안 시키니?>
그녀들도 오래 전 내가 간절히 소망했던 허튼 꿈을
그녀들의 기억에서 끄집어낸 것이다.

같이 맥주를 마시며,
우리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했다.
저마다 나름대로 꿈이 있었던 우리의 청춘을.
그리고 꿈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고 사는 지금을.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우리 네 여자는
이제 앞으로 우리가 꾸어야 할 꿈이 무엇인지
아니, 과연 아직도 우리가 꾸어야 할 꿈이 있기는 한 것인지
간절한 눈빛으로 서로에게 묻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