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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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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와 그* 세월을~ (2)


BY 넘실이 2001-02-18

"아니, miss 최 아니야?"
"어서오세요~ 사모님! 축하드립니다!"
"응? 웬 축하?"
"이제 돈 버실 일만 남았잖아요~"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을 따라 새로 차린 사무실이라는 곳을 가보니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결혼 준비를 위해 얼마 전에 남편과 같은 부서에서 일하다 회사를 그만 둔 miss 최가 왜 이사무실에 있을까? 그럼 이 사람하고 같이 일하기 위해서 그만 둔 것인가? 정말 속을 알 수가 없는 사람이라니까~

"팀장님이, 아니 사장님이 며칠 만 사무실 좀 보아 달라고 하셔셔 나왔어요. 이제 사모님이 나오셨으니 저는 업무 인계하고 물러가야 겠는데요~.

학교 후배라는 양반의 사무실을 반으로 딱 잘라 칸막이를 하고 이 사람은 책상이며, 책꽂이, 컴퓨터 모든 것을 구비해 놓았다. 근무하는 직장의 사무실은 18층이고 이 곳은 5층이니 왔다 갔다 하기가 편하기는 편할 것 같다.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사무실 위치로서는 흠잡을 데가 없기는 하다.

헌데 책상 위의 컴퓨터를 보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영타야 처녀 적 직장 시절에 많이 사용하였으니 별 문제가 없지만 아직 한글은 자판도 못 외운 형편이고, 더우기 컴퓨터는 끄고 켜서 아들 놈이 하던 게임 몇가지 할 줄 아는 것이 고작인데...

이제 miss 최도 다시는 사무실에 나오지 않을 터인데 걱정이 태산이다. 아~ 그래 순임이가 있지~ 이 녀석 회사 그만두고 집에서 그냥 쉰다고 하였는데... 그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더 이상의 발전적인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며 차라리 집에서 좀 쉬면서 공부를 더 해보겠다는 언니의 딸 순임이에게 전화를 하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다시 일 할 때까지 틈틈이 나와서 나에게 컴퓨터를 좀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니 흔쾌히 응낙을 한다.

처음이라 봉급을 많이 줄 수는 없고 교통비 정도로 조금 성의를 보이겠다고 하니 필요없단다. 어짜피 집에서 좀 쉬면서 새로운 일을 ?아 볼까 생각중이었는데 아마 놀 팔자가 아닌 모양이라고 하며, 사실은 직장 그만 둔 지 1주일도 되지 않았다 한다. 고마운 녀석~ 작은 고추가 맵다더니 자그마한 키에 다부지게 생긴 녀석이 여간 속이 깊은 것이 아니다.

내일부터 당장 나오겠다고 하니 천군만군을 얻은 듯 어깨가 든든해지고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 앉는 것 같다. 직장의 사무실에 올라가 잡무 처리를 하고 점심시간을 이용 해 내려 온 남편에게 순임이가 내일부터 나와 주겠다고 하니, 한껏 고조되어 거의 흥분을 가라앉히지를 못한다.

"그래 사업만 잘 되면 봉급 팍~팍! 줄 터이니 열심히 모아서 시집갈 때 혼수 많이 해가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