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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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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물어봐 ** ( 1 편 )


BY huh924 2001-02-02

충청도 어느 산골마을 양반댁 앞에서 한 스님이 시주를 받으려고
염불을 하고 있었다. 한참동안 염불을 하자 안에서 젊은 새댁이
바가지에 쌀을 조금 담아서 가지고 나오는데 그 차림새로 보아
이집에 며누리 인것 같이 보인다. 몸종도 있을텐데 직접 가지고
나온것을 보면 평상시에 불심이 좀 있는 모양이다.
스님 시주자루에 쌀을 부은 다음에 합장을 하고 인사를
공손히 하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전쟁(임진왜란)이 끝난지
얼마안되어 농촌 어디를 가나 식량사정이 어려운것은 마찬가지 였다.
그래도 양반댁이니 굶지는 않고 먹는거야 그렇게 걱정할만
하겠는가? 그러나 그며누리의 혈색은 핏기가 없었고
얼굴에는 무슨 근심이 있는 사람같이 밝지를 못하다.
그래도 스님생활 십여년에 이집저집 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으니
척하면 삼천리라고 얼굴만봐도 근심이 있는 사람이라는것을
알아 차릴수 있었다.
"보살림 저를 잠시 보시지요" 스님이 뒤돌아서 가는 여인을
불렀다. 그여인은 잠시 멈춧하더니 스님앞으로 천천히
걸어와 멈춘다.
"보살림 무슨 근심이 있어 보이는데 어려우시지만 소승에게
말씀해 주시면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스님 앞이라고 하지만 남자는 남자인데
어떻게 초면에 자기 심중에 있는 고민을 털어놀수 있을까?
한참을 말이없이 서있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용인즉 삼대독자 양반집에 시집온지 여러해 됐는데
아직도 수태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날마다
시부모님의 눈치만 살피게되니 먹는게 살로 가겠는가?
시부모님은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서운한 기색이 역역하였다.
나이 열일곱에 열네살짜리 신랑한테 시집와
육칠년을 살았는데 수태를 못하니 어찌하면 좋단말인가?
지금에야 병원에 가서 검사만 받으면 누가 잘못되었는지
알수있지만 그때야 자식을 못낳으면 무조건 여자 잘못으로
돌리지 않았는가?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기만 하던
시절이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만큼 큰
근심이 아니겠는가. 여자가 시집가서 애를 못나면
칠거지악의 하나라고 해서 친정으로 쫏겨가도
찍소리 못하던 시절이니 이여인의 근심이야 오죽하겠는가?
자초지종을 듣고있던 스님은 한참을 묵묵히 있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보살님, 소승은 여기서 삼십여리 떨어저 있는
치악산 중턱에 있는 조그마한 암자에 있습니다.
백일기도를 드려 보시지요, 틀림없이 효혐이 있을 것입니다."
이말을 한마디 남겨놓고 떠나버렸다.
이스님은 승복을 입었으니 스님이지 키가크고 몸집도 좋고
얼굴에는 검으스레한 턱수염이 나있어 승복만 벗으면 임꺽정이 같은
사내다움이 풍기는 인물이었다.
여인은 스님이 안보일때까지 물끄러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무엇인가 작심을 한듯 안으로 들어섰다.
물에 빠지면 지프라기라도 잡는다는데 내가 이마당에
무었을 망설이겠는가.
어차피 애못나서 소박맞을 바에야 할수있는 일은
다 해봐야하지 않겠는가.
쇠뿔도 단김에 빼랫다고 내일 아침에 출발해야지....
먼저 시부모님께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는것이 순서일것 같아
안채로 들어셌다.

2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