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72

각자의 집에는 어떤 양념이 쓰일까?


BY 베티 2000-10-03









내 요리법

해를 거듭할수록 힘들어지는 게 요리인것 같다.
무슨 반찬을 해서 밥상에 올릴까 하고 때마다 고민
을 해야되니 말이다.
그래도 신혼때는 열심히 요리책 봐가며 '사랑'이라는
양념도 섞어서 수줍은 밥상(워낙 해 보질 않아서)을
차리는 열성이라도 있었는데...
게다가 남편은 밥을 먹을 때면 항상 '와! 맛있다'라는
말로 나를 신나게 했다.
일부러 그러는 줄도 모르는 난 정말로 내 음식 솜씨가
좋은 줄 알고 남편한테 더 맛있는 음식을 해먹일려고
애를 썼다.
음식솜씨를 좋아지게 하려는 남편의 기지가 그래도 내
게 많은 힘이 되어 정말로 하루하루 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요리 솜씨와 주부의 경력과는 별개인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내게 자신 있는 거라면 바로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것과 가공식품으로 요리를 잘 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어느 날 TV에서 천연 조미료를 직접 만들어 먹는
주부가 나와서 그 만드는 법을 알려준 적이 있다.
그때 그걸 잘 메모해 두었다가 지금까지 그렇게 해
먹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손이 많이 가서 좀 번거롭긴 하지만 가족의
건강을 위해선 그 정도는 감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음식에 대해서 약간 남다른 게 있다.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겠지만 채소는 주로 유기농을
이용하고 밀가루도 우리밀을 먹고 두부도 국산콩으
로 만든 두부를 먹는다.

국을 끓일 때도 먼저 다시 멸치와 다시마.양파.마른
새우등을 넣고 국물을 낸뒤에 요리한다.
나의 이런 점을 아주 좋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간혹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유기농에 농약이 검출되었다든다 국산콩으로 만들
었다는 두부에 수입콩이 들어가 있다든가 하는 일
들이 뉴스에서 보도라도하면 그 사람들은 고소하다
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그런 일을 당하면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그렇다고 쉽게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바꿀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야외소풍을 가게
되었는데 때마침 백화점에서 김밥을 사먹은 사람들이
식중독으로 배탈이 나서 병원에 입원하고 사망하기
까지 한 일이 생겼다.
우리아이들이 다니는 곳은 집에서 따로 김밥을 준비
하지 않고 유치원에서 지급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뉴스때문에 염려가 된 나는 편지를 써서
내가 도시락을 싸서 보내고 싶다는 뜻을 비췄고 유치
원에서도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서 아이들한테 보냈는데
소풍을 갔다온 아이들의 도시락엔 김밥이 그대로 있었다.
선생님이 주시는 걸 먹었기 때문이다.
나의 노력이 허무하게 끝나버린 날이다.

가끔씩 이렇게 예기치 않은 일들이 있을지라도 난 내
원칙을 깨고 싶진 않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 그건 바로
정성이라는 양념인 것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귀찮은 일들이지만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나의 최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