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교정이 겨울 찬 바람에 꽁꽁 얼어 붙던 월요일 전체 조례시간
교장선생님 훈시가 끝나고 이젠 저승사자 훈시차례 가 다가왔지예
저승사자 가 누군고 하모 지도부주임 아마 남학교에선 훈육주임이라 쿠지예
이 저승사자 샘(선생님) 만 떳다 쿠모 아그들이 전부 서리맞은 푸성귀 마냥 바짝 오그라 들지예
키는 일 미터 65센티 될락 말락 하고 빼빼마른 체구에 눈이 매섭고
깡마른 얼굴이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오리 만큼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찬바람이
쌩 도는 모습이었지예
그 많은 선생님 들 중에서 꼭 그런 인상을 지닌분이 지도부주임 으로 발탁되는지
그게 아직도 미스테리라꼬 예 ( 와 그런지 사실은 알면서)
말 핀토가 쪼까 빗나갔지만 다시 돌아와서
그 날은 하늘이 가라앉고 진눈깨비 라도 오려는지 검은 교복치마 사이로
찬바람이 사정없이 파고 드는데 꼭 그 찬바람 때매 우리가 얼은 것은 아니었지예
아 참 우리라꼬 썼지만도 전교생을 두고 한 말은 아입니다
전교생 중 에서도 3학년 ,그 중에서도 우리반 14명 가스나들 가심이 판결문 읽는
판사 앞에 선 죄인 마냥 쫄아 들고 있었지예
결코 찬바람 때문에가 아니었지예
" 에 ~~~조케 말할 때 빨리 나오이라"
예의 딱 딱 끊어서 하는 어투로 서론,본론,결론, 절차 무시 해 삐고 막 바로
본론으로 치고 나오는 기라예
어젯밤 사건을 모르는 아이들이 어리둥절 했고 죄지은 우리는 가슴만 콩닥임서
발부리만 치다보고 있었지예
" 진짜 몬 나오나 내가 다 봤다 고마 어서 나오이라 뻗대지 말고 나온나"
또 한번 포문이 터졌지예
우리들이 뻗댈라꼬 하는기 아이고 진짜로 겁시나서 몬나갔거든예
발이 딱 얼어 붙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낍니다
뭔 스토리인고 궁금시럽지예? 그 스토리를 이제 적어 보께예
어제가 학년말 고사를 다 치른 날 이었지예
내일 모레면 고등학교 뱃지를 달 몸이더라 이거지예
학년말 고사 보고 겨울방학 끝나모 바로 졸업 아입니꺼
그렇다 보이 아이들 간뎅이가 부었던지 뜬금없이 도둑영화 보러 가자는데
의기 투합이 되었지예
그때 영화는 "장한몽" 이었고 주인공이 그 시절 잘 나가던 윤정희 씨 최무룡씨
였던 것 같습니다만 주인공 남자분이 지금 확실치 않네예
장한몽이 뭔고 하니 잘아실겝니더 " 이수일 과 심순애" 모두 잘 알지예
바로 그 영화였지예 하필 도둑영화 보기로 한것이 외국 헐리우드 명작 스토리도 아니고
우리 영화 그것도 년소자불가 인 장한몽이었던지 는 지금 별로 기억안나지만
별로 야한것도 아닌데 왜 불가인지 만 지금 와서 생각해도 이것도 미스테리네예
여하튼 우린 도둑영화를 보기로 하고 시간,장소, 정해서 영화상영 시간 맞추어
만나기로 했지예
서둘러 대충 책가방을 던져놓고 약속 장소로 갔지예
딴에는 학생 같이 안보일라꼬 짧은 단발 머리에 스카프를 쓴 아이,
언니 단벌 외출복인 투피스를 입은 아이, 하이힐이 어색해서 삐딱걸음 걷는 아이,
참 가관도 아니었지예
소 도시라서 극장은 손가락 꼽을 정도 갯수 였으니 언제나 그 당시는 각 학교
지도부(생활부) 선생님 들이 극장 앞에서 단속을 하던 시절이었지예
나름대로 변신을 했지만도 암만캐도 어린 티가 팍 팍 나는 것이 불길한 예감이 드는 기라예
극장 앞 매표소에서 한 애가 대표로 표 를 끓는데는 성공했지만 들어가는 기 문제였지예
사람들이 줄을 서 길래 대충 섞여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 서 있던 아이가
" 떴다" 이러는기라예
고개를 올려다 보이 저승사자였지예
표 받는 곳에 어느 틈 에 서 있는기라예
서 서 대기 하고 있는 사람들을 날카롭게 ?어 보는데 그만 심장이 저렸지예
아마 앞에선 아이들도 ,뒤에선 아이들도, 다 본 모양이더라꼬예
태연하게 모린척 행동 했으면 암 문제 없었을낀데 도둑이 지 발 저린다꼬
애 들이 선생님을 보자 마자 전부 노란 단무지가 되어서는 한 쪽으로 도망 간 다는 것이
생전 안 신던 삐딱 구두 땜시 넘어지고 , 입어보지 않던 타이트 스커트 땜시 엎어지고
언니 가발 까지 덮어 쓴 아이는 가발이 떨어지고 , 암튼 난리도 그런 난리도 없었심니더
선생님은 가만히 보고만 계셨는데 우리가 그만 놀래서 법석을 떨다가 들켰다는 것 아입니까
우쨋든 그 날 영화는 포스터 만 입구에서 겨우 보고 도망은 왔지만 찜찜하더니
기어이 오늘 아침 조례시간에 일이 터졌지예
" 참말로 뻗 대고 있을끼가 좋다 이기 누끼고 퍼뜩 나온나 마"
세상에 선생님 손에 들어 올려진 것은 치렁치렁 늘어진 시커먼 가발 하나와
삐딱구두 한짝 이었심니더
전시물을 들고 의기양양 해 진 저승사자는 한껏 목소리를 높여서
"셋 셀동안 안 나오모 내가 이름을 부르겠다 그 땐 책임 몬 진다 마"
언쟈 벨 수가 없었지예 한 아이를 알면 우리 14명 들통나는건 시간 문제 아입니꺼
누가 칠칠 맞게 떨어 뜨리고 갔는지 억수로 원망하면서 열 네명이 줄줄이
고개를 팍 숙이고 나갔지예 담임선생님 께서 눈이 휘둥그래집디다
쓴 소태씹은 표정이시더니 반장, 부 반장, 까지 섞여 있으이 기가 차시는지
고개를 휙 돌려 버리시더라꼬예
저승사자 가 전교생 해산을 명 한 텅 빈 교정에 달랑 열 네명이 남았지예
긴 훈시 끝에 유기, 무기, 정학 어쩌구 엄포 를 놓을땐 우린 거의 저승 문턱을
왔다, 갔다, 했지예
" 다행히 평소 행동 들이 방정 했고 전과도 없꼬 그래서 봐 주는데
방학 까지 직원 화장실 청소 한다 알겄제"
우리는 20 일 정도 벌 청소를 했지예
선생님 들 께 놀림깜이 되면서 ...
이 후 동창회 가면 단골 메뉴가 된 " 장한몽 스토리"
지금은 그립기만 한 시절이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