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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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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죽지 않는다구?


BY 이지영 2001-01-12

약 한달전 쯤의 일이다.
그 때,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아이는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건, 그 무렵 읽은 어떤 동화책 때문인데, 그 동화책의 내용은 대충 한 에스키모 소년이 사랑하는 개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이윽고 아버지도 잃고 슬픔을 딛고서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다소 무거운 내용이었던 것 같다.
아이는 내게 꽤 심각하게 묻고는 했다.
“엄마, 사람은 왜 죽어?” “나는 언제쯤 죽어?”,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모두 다 죽어?” 등등…나는 엄마의 입장에서 적절했다고 생각되는 대답을 해주고, 아이는 그 대답에 풀이 죽거나, 아니면 안심하거나 하곤 했다.
변비기가 있으신 어머님을 위해, 우리집 냉장고엔 늘 다양한 브랜드의 요구르트(농후발효유)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아이에게 요구르트를 먹이면서, 마침 브랜드가 ‘네버다이 칸’ 이길래 영어를 가르칠 생각으로
“상연아, 네버다이가 무슨 뜻인지 아니?”하고 물었다.
“아니”
“잘 들어. 네버 다이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뜻이야.”
“와, 정말? 절대로 죽지 않는다고?” 그러더니 당장 냉장고로 달려가서 요구르트 두개를 꺼내면서,
“이거, 할아버지, 할머니 드릴거야” 하는 것이다.
“상연아, 할머니는 조금 전에 드셨고, 할아버지는 요구르트 싫어하셔” 했더니,
“아니, 그래도 드릴거야” 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방으로 달려갔다. 요구르트를 드리는 아이의 목소리가 거실로 들려왔다.
“할아버지, 할머니, 이거 드셔봐. 이거 먹으면 절대로 안죽는대”
순간,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나는 유산균이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얘기를 하려다가 그만두고 말았다. 아이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도 곧 자연스럽게 요구르트 한 병 먹는다고 죽지 않는다는 것이 아님은 알게 되리라. 그러면서 이 세상을 배우게 될 것이다.
싫다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억지로 요구르트를 드시게 하고는 아들아이는 무척 흐뭇한 표정이었다. 나는 아이가 예뻐서 꼭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