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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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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보리 시절


BY 유정 2001-01-05

오늘 아침 달걀 후라이를 하면서 냄새가 나서
창문을 열어놓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에게 어제도 후라이만 간단히 해주구서
오늘또 달걀을 몇개 깨 넣으면서
옛날 학창시절이 문득 떠올라 만감이 교차가 되었다

나 고등학교시절
학교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학교 대표 성악가 후보였던 나는
하루하루 학교를 그만 두어야 하는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는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그 음악의 꿈을 버리지 못해
새벽이면 일찍 학교에가서
아이들이 등교하기전에
음악실에 들어가서 발성연습을 열심히 하였다

우리 학교 음악선생님이 성악전공이 아니어서
다른 선생님을 만나 사사를 받아야 하는데
내 형편으로는 그럴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학교 선생님이 음악 경연대회가 있다고 하시면
나 혼자 연습해서 대회에 나가고 했을정도로
나는 음악을 할수있는 처지가 못되었다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실패하고
우리 식구는 날라가게 지은 멋진 집도
빚쟁이 손에 들어가고
정말 결국에는 어머니 마저 부르크를 찍는
벽돌 공장에서 일을 해야만
저녁에 꽁 보리를 한봉투 사와
죽지 않고 입에 풀칠을 하던 시절이었다

빚을 진 아버지는 빚쟁이들에게 시달리고
밤낮없이 술에 취해 식구들은 돌보지 않고
세상 멋대로 되라 하고 사시던 시절

어린동생들은 하나하나 학업을 포기하고
일터를 찾아 나섰다
나역시 학교에 수업료를 내지 못하여
등료를 중단하였다

철없는 나는 음악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밤마다 하늘을 보고 울었다
우리집앞에는 학교를 가는 길목이었는데
하얗게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너무도 부러워
초라하게 집에서 젖먹이 어린 동생을 보고 있던 내가
그렇게 초라해 보일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발성연습을 할때도
선천적으로 성량이 크고음악에 남달리
감성이 깊어 선생님들도 모두
내 재능이 아까워 안타까워 하시며
음악선생님은 눈물까지 흘리셨지만

깡보리밥만 먹으면서 노래연습을 할때
잘사는 음악반 후배는 날마다 쌩달걀을
입에다 털어넣는 것이
나는 세상에서 가장부러웠었다

정말 쌩달걀을 먹으면 목소리가
부드럽게 솔솔 나오는 것으로 나는알았다

그것보다 영양이 좋아 힘이 좋고
에너지가 넘치는 점도 있지만
나는 늘 말라빠진 김치나부랭이도
감지덕지 하고 먹어야 하던 시절

정말 깡보리밥이라는 것을
말로만 들어본 사람은 이해가 안될것이다
젖가락으로도 들어지지가 않던 보리밥


오늘 아침 후라이를 하면서
그때 그시절 내가 그렇게도 먹고 싶었던
계란이 지금은 이렇게 흔해빠지고
반찬이 없을때 땜방을 하는 정도로
까지 될 살기좋은 시절에
내가 성악공부를 했더라면
아마 나도 조수미처럼은 아니어도
어디 시골 학교 음악선생님 정도는 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