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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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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BY chany68 2001-01-05

어느덧 놀랍게도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어느 누구의 부름에 불려온 것도 아니고, 그냥 자신의 판단에 따라
머물곳과 떠날곳을 구별할 줄 아는 계절중의 하나.
그러기에 더없이 귀하게 여겨지는가 보다.
어제는 새벽에 하이얀 눈이 내렸다 한다.
그리고, 오늘은 얼음이 얼어버릴 정도로 몹시 추웠다.
거리를 찾아 해매는 나는 잔뜩 몸을 추스린채로 여기저기 발을 떼어
놓았다.
하늘은 무정한 그러나, 여전히 파랬고 조금 걷다가는 왠지 뒤돌아서서
내가 과연 얼만큼 왔을까 하고 되새겨 보기도 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상한 일이다.
언제나 이맘때가 되면 외로움이 서슴없이 밀려오니 말이다.
친구들을 만나도 반갑지 않고, 온통 세상이 다 내것인냥 떠들어대도
기분은 좀체로 움직이려 들지 않는다.
정말 속상하고 원통한 일이 아닐수 없다.
내눈안에 포착되는 모든 사물들이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진 밑그림이
라면 좋겠다.
이것저것 여러가지 물감들을 섞어 고운 빛으로 색을 더하여 갈 수
있겠끔.
방 안의 공기는 조금은 추웁게 느껴지지만, 후끈한 더운 공기보다는
그래도 나은것 같다.
겨울...
어쩌면 저 단어는 우리네 인간들에게 후회나 다시금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하는 요술장이 할멈 같다는 생각이다.
뽀오얀 입김과 두손을 가리워주는 장갑 그리고, 아무리 두껍게 내
몸을 감싸도 스며드는 차운 기운.
이 모든 것들이 올해는 더욱 친근감있게 느껴진다.
여전히 몸은 떨리고 있고, 밤은 익을대로 익었건만 잠은 오지않고,
웬지 천정을 떠다니는 먼지들이 보일 뿐이다.
희미한 불빛까지도.
지겹게도 많이 떠돌아다니던 모기나 파리떼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는 너무 크게 울리는 것 같고, 깊은 밤을 헤매
이는 음악은 이제 안정권에 돌입했다.
조금은 감정에 친숙해진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도 평정속에 스며들려 한다.
다만 돌아가는 FM의 환상의 오페라와 냉장고 소리만이 영글어가는
이 밤을 들추어 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