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극히 평범한 주부다.
시집과 아이들 때문에 내 맘대로 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전업주부다.
나는 지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프로주부특강 편에서도 말했지만 티뷔의 특강이란 특강은 모두 재미를 느껴가며 시청한다.
책도 소설,수필 보다 자아개발이나 철학서들(조예가 깊지는 못하지만)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나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 일인지 생각할 때마다 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곤 했었다.
다만 나의 지식욕을 채워줄 뿐이다.
나에게는 그런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고매한 지식보다는 시집식구들과의 처세술, 요리, 집안관리, 재테크, 육아 이런 것들이 훨씬더 실질적으로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일 것이다.
오삼숙과 그의 주변인들을 보면서 나는 그런 나의 생각을 확고하게 정리할 수 잇었다.
입으로만,머리로만 느끼는 지식과 그럴듯한 삶은 오삼숙에게는 허구인 것이다.
가짜 인생인 것이다.
우선 나부터 살고 봐야하는 것이다.
주변인들의 그럴듯한 논리에 넘어가서 날 희생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것인 것이다.
내 직접적인 환경을 내가 주도적으로 진취적으로 이끌고 가야하는 것이다. 지식과 지혜는 그런 환경에 부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 작은 여자들은 작게는 시집식구들의 거대집단에 당당할 수 있으며 크게는 이사회에 힘차게,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전업주부이면서 전업주부의 삶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나름의 가치판단에 의해서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전업주부를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기 때문에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라도 캐리어가 될 수 있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컴앞에 앉아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지식들을 오늘도 추구한다. 그 모든 내 직접적환경에 필요한 지식추구에는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것을 일부러 외면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시집식구들이 내가 이런 능력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들의 삶에만 필요한 지식들이 내 고매한 지식을 알게 되면, 나를 그저 그들의 공식적인 파출부,부엌데기로만 존재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알게 해줄 날을 기다리며, 이렇게 설겆이를 미루고 시건방을 떨고 있다.
하지만 모든 파워는 내 위치를 십분 활용하는 것에서 생기는 것일 것이다.
맏며느리답게 식구들과의 조화를 이루고 부지런하고 음식 잘하고 엄마로서 충실하고....그런 것들이 주변인들에게서 나를 키우는 일일 것이다.
오삼숙은 그렇게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전업주부를 쉽게 여긴,인간삶의 가장 기본이 되고 가장 근본이 되는 전업주부의 삶을 너무 하찮게 여기는 주변인들에 치를 떨고 계속해서 거짓삶을 살아가는 주변 지식인들에게 일침을 놓아가며 당당하게 싸워가고 있다.
그녀의 삶이 정말로 진실한 것이기에, 거짓된 삶이 아니기에
그녀는 당당한 것이고 그 거대 지식군단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진취적으로 함락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