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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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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남자와 사는 이야기-4 ###


BY 장현숙 2000-12-21

오늘이 동지래네요.
요즘엔 발렌타이 데이다 화이트 데이다 심지어는 빼빼로 데이까지
오만 이상한날이 다 있던데 정작 우리 고유의 명절은 날이 갈수록
희미해져가는거 같아 안타깝네요.
예전 한 솥 가득 끓인 팥죽을 이웃과 나눠 먹던 그 때가 정말 좋았는데...
군불 땐 뜨뜻한 아랫목에 둘러앉아 맛있는 팥죽에 이가 딱딱 부딪힐 만큼 씨원한 얼음 동동 뜬 동치미--"아이구 먹고 싶어라."

오늘 아침 식사 하면서 있었던 이야깁니다.

"엄마, 이제부터 별명을 바꿀란다."-(제 별명이 궁금 하신분은 1편을 참조하시앞)

" 무신?..."-세 남자가 동시에 묻는 소리.
"봐라, 무신소린지 알아듣게 말해바라."
"나 말예요. 어젯 밤 꿈속에서 장미꽃잎을 따멱었다구요.그것도 아주 이쁜 분홍색 장미였어요. 이건 아무래도 내 별명을 바꾸라는 계시 같어."
겉으론 태연한척 얘기 했지만 속으론 (이건 좀 억지다.) 싶데요.

"예에?"--세 남자가 동시에 놀라는 소리.

사실 맨 처음에서도 밝혔듯이 제 몸매가 조금-이건 순전히 내생각.
넉넉한 편이거든요.그래서 늘 뒤 따르는 별명이

부잣집 맏며느리-20대 초반.
찐빵--20대 후반.
꽃돼지--신혼 초.
백 돼지--현재 남편이 부르고 있는 중.
장뚱--아이들이 삐졌을때 이 엄마를 부르는.

솔직히 저라고 어디 예쁘고 그럴싸한 별명으로 불리우고 싶은 마음이 없겠습니까마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런데 어젯 밤 꿈에- 그래요 아무리 꿈 속에서라지만 파아란 잔디밭에 앉아 한껏 우아한 자태로(?) 분홍장미 잎을 따 먹었다는거 아닙니까?
누가요?--지가요.
기회는 이 때다 싶어 강력하게 밀어 부쳤어요.

"내 별명을 바꼬도."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세 남자들 하는 야그 쫌 들어보이소.

"야들아, 내는 장미여왕보다 백 돼지가 훨씬 좋은데 니들 생각은 어떵노?"-남편.

"글쎄요, 그게 좀...쩝쩝."--큰 아들.-(입 맛은 와 다시노?)

"엄마,아무래도 지금은...살 좀 빼면 그때 불러 드릴께요."--작은 아들.

오호! 통재라.
별명을 바꿔 볼까하던 내 장미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으니...


"근데, 내가 살을 빼고 장미여왕이라고 불리울 날이 오긴 올까?"
내 혼잣말을 듣고 있던 세 남자 트리오로 하는 말.

"그건 아무도 모르지"
하며 요즘 한참 뜨고 있는 공짜 아저씨 흉내를 내는거 있죠///

하긴 제 자신도 그런 날이 과연 올수 있을지 모르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