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의라고 하면 뭐든 좋아해서 김용옥교수의 논어이야기도 잘 듣고 김홍경선생의 동양의학도 잘 시청하고 KBS토요특강,프로주부특강도 잘 본다.
자녀들의 인성교육에 대하여 조준하라는 교수가 이번주부터 EBS프로주부특강이란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하는 것 같다.
조준하 교수...
백발이 눈에 띄는 짱짱한 노장교수...유교 할아버지.
나에게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던 학자이다.
예전에 ebs난상토론에서 호주제도 폐지에 대하여 반대하는 편에 서서 논쟁을 펼쳤던 사람이다.
그는 친정아버지의 제사와 시할아버지제사가 겹친 며느리가 어떻게 해야하느냐의 질문에 당연히 시할아버지의 제사에만 참여해야한다면서 이땅을 사는 며느리라면 당연하다고 주장했던, 젊은 며느리인 나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언어들을 토해낸 사람이다.
이번 강좌에도 그 나이든, 유교사상에 찌든 남자 할아버지, 조준하 교수는 자녀교육의 책임을 모두 어머니에게 돌리며 어머니가 자녀를 잘 길러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자녀의 올바른 인성을 키우기 위한 가족제도가 한국의 대가족제도라고 하버드의 와그너교수, 영국의 케이지가 극찬을 한다며 조선시대 대가족제도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갖도록 조교수는 말하던데, 그 속에는 며느리들의 '참을 인'만을 가슴에 새기며 노동만 해대는 그림자가,일방적인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그 외국교수들은 알고나 하는 얘기들인지.
난 내 자식의 올바른 인성을 위해서 남편식구들만이 득실득실한 집에서 살고 싶은 맘 추호도 없다.
김용옥교수는 조선시대의 유교는 공자가 생각하고 말하는 유교가 아니라고 계속해서 주장하는데 어쨌튼 조선시대 유교는 남존여비의 대표적 사상이었고 그 사상은 지금까지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난 여러TV특강을 들으면서 남자 강사와 여자 강사의 다른 점을 하나 느끼게 되었다.
남자 강사들은 언제나 부모님을 잘 모셔야한다는 언구를 항상 남기고 여자 강사들은 효에 대해서 별로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궁극적으로 자기 부모를 모시는 일이니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일테고 여자강사들은 시부모를 모시는 일이, 남자의 부모를 모시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잘 알기 때문에 부모를 잘 모셔야한다는 소리를 함부로 내뱉지 않는다.
남자강사들을 비롯한 대부분 남자들의 부모를 잘 모셔야한다는 소리는 어디까지나 자기부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처가집부모를 잘 모시는 일은 어디까지나 배려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부모는 '당연'이고 여자부모는 '배려'이다.
조준하교수의 이번 강의는 아직 한번밖에 안했지만 실질적으로 들을만한, 공감가는 얘기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 유교를 신봉하는 사람이란 걸 잊지 말고 보았음 한다. 자녀교육은 어머니만의 몫이 아니다. 그걸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렇게 21세기를 달리는 지금에도 주장하고 있는 조준하교수의 언어들을 우리는 가려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