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에 이동없이 십 년 이상을 근무하다 보니,
어느 집에 숟가락 몽디가 몇갠지,
어느 집에서 누가 방구를 꼈는지, 척 보면 안다.
모두들 20대 후반에 와서 결혼하고 애낳고 살다보니
나이도 40줄에 들어서고, 얼굴에 주름도 주름이거니와
머리엔 어느새 허옇게 서리가 내리거나,
빤들빤들, 그 이름도 찬란하고 눈부신 '빛나리','대머리', '황비
홍'이 되어가고 있는 검다.
이쪽 아니면 저쪽이니, 양자택일은 시간문제?
며칠 전 점심을 먹으러 식당엘 갔더니,
평소엔 별로 친하지 않은 남자사원이 그 날따라 친한 척 하더니,
"어? 흰머리가 보이네요?"하는 거다.
그 얘기에 충격받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흰머리요? 안보이는덴 더 많아요!"하며 애써 웃었다.
(그래! 내 흰머리 날때, 니가 보태준 거 있냐? )
그 말을 들은 후, 얼마나 뒤꼭지가 땡기던지,
거울보며 눈을 까재미 눈처럼 해갖고,
뒤꼭지 머리카락을 뒤적거리며 보았지만, 보일 리가 있나?
나이 어린 여사원에게 뒤꼭지를 들이밀며
"뒤에 흰머리 많나? 보이는 것만, 좀 뽑아주라."
마지못해 나의 뒷머리를 조금 뒤적거리더만,
"흰머리 많아요. 한 곳에 몰려 있어요."하면서
한가닥을 쏙~ 뽑아서 보여준다.
으잉? 더 많아?
(혹 뗄라 카다가 혹 붙인 격?)
'흰머리 보인다'와 '흰머리 많다'? 의 의미는?
또 다른 여사원에게 우스개라고 이 얘길 했더니,
흑흑...내게 치명타를 날렸다.
" 자꾸 머리숱이 적어지는 거 같아요."
남의 염장을 지르려고 작정을 했구만, 이 사람들이...ㅠㅠ
그렇잖아도 아침마다 머리감고, 말릴 때 마다 멀커디가 수북수북 빠져서
속쓰린 사람인데... 한 올에 삼처넌!
남아있는 머리조차 허옇고, 그나마 까만 머리털은 다 빠져나가고...
젤로 속쓰릴 땐, 허연머리 뽑는다고 용쓰다가 실수로 꺼먼머리 뽑을 때다.
예전에 본 어떤 할매-퍼머로 푸석거리는 머리털의 소유자.
그마저도 몇 올 남아있지 않는 머리카락을 퍼머로 가려 보겠다는 할매,
'여자도 대머리가 있구나!'하면서 속으로 웃었는데,
나의 20-30년 후의 모습일 줄이야? 10년 뒤라고라? ㅠㅠ
머리숱이 적다고, 예전엔 남이사 뭐라고 하건,
(아줌마라 캤지. 뭐라카긴...)
뽀글이 파마를 했었다. (남편은 이상한 남자다.
다른 남자들은 모두 생머리를 좋아하는데,
유독 이 남자는 파마머리가 좋단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자기가 나이들어 보이니,
나도 나이들어 보이게 할려는 수작임이 틀림없다.)
미용실에 가기만 하면,
미용사들은 하나같이 내 머리카락을 만지며 한마디씩 던졌는데,
"어머, 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보드라와요?" 이건 좀 낫다.
"오머, 머리카락 숱이 별로 없네요?" 이것도 좀 낫다.
"파마가 잘 안나오죠?"하면서 할매들이 주로 하는 아프리카 토인 파마
할 때 쓰는 독한 파마약을 쓴다.
그래서 멀커디는 곧 철사로 변신한다.
끝이 구질구질하다 싶어 커트치러 가면,
"끝이 똥그랗게 말리게 웨이브 스트레트 좀 하시죠."
기르겠다고 정리해달라고 하면,
싹둑싹둑 가위질로 달랑 단발을 만들어 놓곤 했다.
우아한 스트레트를 해 달라고 하면,
숱이 적다고 하면서 뽀글이 파마를 해 줬고,
드레쉬한 삼고커트를 해 달라고 하니깐,
어중간하다면서 숏커트로 남자를 맹글어 놨다.
아~~~ 미용실이 아니라, 고문실이구먼!
나에게도 긴머리 바람에 휘날리던 시절이 있었던가?
대학시절 길따랗고 웨이브 물결치는 머리카락을 달고 있었던 적이 있
었지.
그러다가 어느 여름날!
덥다는 이유로 그 길따란 머리카락을 땡캉! 숏커트로 자른 후,
나의 머리카락은 지지리도 길지 않았다.
남들의 머리카락은 스포츠에서 롱헤어가 될때 까지,
나의 머리카락은 맨날 천날 삼고 커트, 아니면 단발이었다.
지금? 당연 단발. 조금 긴...
집에서 시간나면 가끔 거울 앞에서 하는 작업이 있다.
두 눈 부릅 치켜뜨고, 눈동자 똑불시고, 한손에는 쪽집게, 한손에는
칼빗!
두 팔을 위로 올려 멀커디를 샅샅이, 이잡듯이, 원수 잡듯이, 이리저
리 뒤적뒤적거리면서,
흰머리 색출에 드가는 거다.
어릴 땐, 머리에 이 잡는다고 이렇게 뒤졌건만...
또, 누워계신 엄마 머리카락을 뒤적거리며,
흰머리 한가닥에 얼마! 하면서 흰머리를 뽑았건만,
벌써 내가 그런 나이가 되다니...
결혼을 앞두고 난 환상에 빠졌었다.
'귀밥 파주기', '목욕탕에서 등밀기', '흰머리 뽑기'는 완전히 잊어버
리는 줄 알았다.
근데, 막상 결혼을 하고보니, 나의 생각이 환상이었다.
울 신랑 젤로 싫어하는 일이 귀파기, 머리에 손대는 것이였다.
등밀기? 음...등밀기는 좋아하는 편이다.
여름에 집에서 목욕을 할 경우에...
가끔 등만 미는 것이 아니고, 딴 데 관심을 둬서 고것이 쬐끔 걸리긴
하지만,
어떨 땐, 그것을 노리고 등을 밀어달라고 한적도 있지 않았던가? -.-+
남편은 어릴 때, 귀병을 앓아서 귀에 손대는 건 질색이다.
것도 모르고, 신혼 때, 귀파준다고 했다가 뒤지게 맞을 뻔 했다.
(신제품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불량품? 리콜 안되나?)
흰머리가 하나, 둘 눈에 띌 때, 뽑아주려고 달려들었다가 또 맞아 뒤질 뻔 했다.
머리에 산딸기 크기의 혹?
난 머리카락에 가려 있어서, 남편 두피 상태가 어떤지 전혀 몰랐다.
알 수가 없지. 머리통 만져보고 결혼을 결심하는 건 아니니까...
뗌통 자국이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도 아니고,
세상에...세 개씩이나? 크기 별로...
이런 남잔줄도 모리고, 귀파주기, 흰머리 뽑아주기를 기대했었으니...
세월 앞에, 시간 앞에 장사없다더만, 정말 그렁 거 같다.
누가 지금의 내가 머리카락 빠지는 것 때문에 이렇게 고민하고,
흰머리 카락 하나에 목숨 걸 줄 누가 알았겠나?
흑...나중에 흰머리 조차도 아까와 할 날이 오겠지?
그 땐, 아름다운 ~ 갈색~ 머리!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경험을 해 봐야쥐~ 염색!
염색해도 멀커디 많이 빠진다던데...
눈도 나빠지고...흑...다 살았다. 이런 얘기하다니...
어린 것들은 멀쩡한 머리카락을 지졌다 뽀깠다가 난리 블루스를 치거
나,
꺼먼 멀커디를 노랗고, 빨갛고, 희닥스그리한 회색으로 염색질인데,
나이가 들면 지지고 뽀끌 멀커디도 없거니와,
하기 싫어도 염색을 해야 하는 이 슬픈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ㅉㅉㅉ
피에수:
헤헷~
왕성님들!
성님들 기시는데, 어린 것(?)이 이런 야기한다고
돌삐 던지기 없기여여.
언제 저처럼 숱이 적어 고민이신 님들!
같이 만나서 <가모회>맹글어여.
글구...흑흑..같이 심으러 가자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