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적비연수, 리베라메, 공동경비구역..
가슴 뿌듯하게 한국영화일색이다. 그리고 연일 매진이라니..
토요일, 시내 모 대형의류관 개장일과 겹쳐진 날이라 대구시가의 분
위기는 행여 크리스마스 이브인듯 젊음의 인파로 북적대고 있었다.
신랑과 콕 찍어 본 영화 리메라메..
리베라메란, 라틴어로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뜻...
<내용> 어릴적 희수와 그의 누나는 아버지로부터 심한 학대와 구타
를 받고 자란다. 희수의 누나는 그런 모멸감을 참지못하고 아버지를
향해 기름통을 부어 불을 지르고 자신도 그 불길속에서 죽어간다.
그 끔직한 광경을 목격한 어린 희수는 자라면서 누나에 대한 그리움
과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 불에 대한 막연한 원망을 키우며 연쇄 방화
를 저지른다.
연쇄방화범과 그 방화의 현장을 긴박감있게 쫓아다니는 소방대원들
간의 팽팽한 심리전이 주를 이룬 영화였으며, 살아있는 불의 마력같
은것을 섬뜩하게 되새겨준 영화였다.
결국 희수는 자신이 만든 불의 성속에 새가 날개를 펴듯 두손을 뻗어
한점 불꽃으로 타오름으로써 과거의 굴레와 원망과 현실에 대한 소외
감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우선은 탑모델출신 차승원-희수역-의 카리스마적 연기가 볼만했었다.
차승원이 현실과 과거세계를 넘나드는 정신질환자의 섬세하고 미묘한
심리연기를 한데 반해, 그를 쫓는 소방관 상우역의 최민수는 지금
까지의 그의 연기의 틀을 깨고, 가슴이 따뜻한 인간적인 면을 잘 보
여주어 대조를 이루었다.
또한 동료소방관역을 맡은 박상면은 특유의 무지한듯 익살스런 표정
과 연기로 간간 웃음을 주었으나, 결국 불속에 희생되어 안타까움을
더했고, 유지태 또한 불과 죽음앞에서 공포와 갈등을 보이는 인간본
연의 심약함으로 마음을 무겁게했다.
내게도 불에관한 어두운 기억이 있다.
화면을 가득 메운 살아있는 불의 원기를 느끼며, 그것은 희수의 과거,
현실, 어쩌면 미래에 이르는 죽지않는 끝없는 원망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