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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서태지..... 난 노사연인 줄 알았네


BY 칵테일 2000-08-31

서태지가 누구길래 저렇게들 난리일까.
신문에서건, 인터넷에서건 서태지의 귀국에 대한 보도가 쏟아져나온다.
불과 하루에 벌어진 일인데, 정말 엄청난 효과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너무도 의외였다.
뿔테안경에, 긴 단발로 변해버린 그의 헤어스타일은 언뜻 그가 서태지야? 라는 의구심을 갖게할 정도로.

난 노사연인 줄 알았다. 대학가요제에 나올 당시 투박한 모습 그대로의 노사연.

'난 알아요'란 노래로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등장했을때......
난 그 노래의 신선함보다는, 춤을 추면서 노래하는 데도 불구하고 단정한 양복차림으로 나온 그들이 범상치 않았었다.
한마디로 요즘 애들 같지 않다... 라는 느낌.

예전 비틀즈의 모습이 그러했지 않았던가.
그 당시로서는 히피문화가 난립할 때인데도, 그들의 단정한 양복차림은 또 다른 그들의 상징이 아니었을까.
물론 그들의 출중한 노래솜씨가 그들을 성공하게 한 최대 요인이긴 했겠지만, 그들의 반듯함 또한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주었으리라 본다.

우리의 서태지도 그러했다.
마치 비틀즈의 출현처럼, 그들의 등장은 거의 대중가요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할 만큼 획기적인 사건이었으니까.

난 그네들이 맨 처음 내 놓은 1집의 곡들을 사랑한다.
그 당시에 시디로도, 테잎으로도 그 노래들을 즐겨 들었었다.
멜로디도 좋지만 특히나 그 가사의 서정성과 독창성은 참으로 탁월하단 생각을 했었다.

울고 짜는 사랑 타령에서 벗어나, 자아를 찾고 또 실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좌절을 노래함에 있어 그만큼 가슴에 와 닿는 가사는 드물 것이다.
또한 그들의 음악성이야말로 자타가 인정하는 실력임엔 분명하지 않았던가.

그런 서태지가 돌아왔다.
하지만 왜 돌아온 그를 보는 내 마음은 퇴색되어 있는 것일까.
이제는 단순한 가수가 아닌 사업가로서도 나선 그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할 지도 모를 상업성에 노출되어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공식기자회견 일정을 미리 밝혔으면 공항에서 2천명 이상이 우왕좌왕하는 일이 없었을텐데......
무슨 깜짝쇼하듯 언론과 팬을 우롱하는 그의 방자함엔 오만함이 들여다보인다.

그가 무엇을 추구하던 그의 순수한 음악성 자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하지 않길 바랄 뿐인데......
광고섭외하는 과정에서 몇 십억을 고사했다는 둥 하는 많은 유언비언들이 그를 둘러싸고 터져 나온다.

그게 사실이건 아니건, 그는 이미 걸어다니는 거대한 기업체다.
그로 인해 밥을 먹고, 생활을 영위하는 이의 숫자가 이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것이다.
한 기업의 도산이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듯, 그의 성공이야말로 어느 누구의 실패도 없는 윈윈게임이 되어야 한다.

서태지.
난 그의 초창기 음악을 좋아한다.
지금도 '환상속의 그대'와 '난 알아요'의 노래를 가끔씩 떠올린다.
그가 비운 5년의 공백동안에도 나를 비롯한 많은 그의 팬들은 그의 노래를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노래를 아끼는 마음에서의 내 바램이 있다면...
다시한번 데뷔 당시의 반듯한 이미지로 다시 팬들 앞에 설 수는 없는 것인지.
기자들과 언론, 팬들을 우롱하듯 오만방자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겸손하고 성실하게 그들앞에 설 수는 없는 것인지.

신비주의도 좋고, 깜짝쇼도 좋지만 그를 아끼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너무 이용하지만은 않기를.

공항에서 잠깐 비친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노사연 느낌.
얼굴만 봐서는 다이어트에 실패한 중년의 아줌마같은 추레함까지 느껴져서 ..... 싫었다.

정말이지 다시한번, 정말 다시 한번 단정하게 머리 깍고, 정장차림의 겸손한 그의 모습을 보고 싶다.

노사연같은 징그러운 모습...... 보기 싫으니까.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