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께 제사가 있어서 한며칠 통신도 몬하고 근신하고 있었다.
(그래도 통신 중독이라 막간을 이용하여
다람쥐처럼 왔다갔다 했지롱..)
아침에 푹 퍼져서 늦잠자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안받을려고 하다가 받았는데 시골계시는 울 친정아부지시다.
"얘야 니 그저께 밤에 테레비봤나?"
갑자기 왠 테레비? 근데 그저께 밤에 뭐 했드라?
1시간전것도 기억못하는데 그저께걸 우째 기억할까나?
그래도 무조건 봤다해야 대세에 지장이 없고 스토리가 이어질거 같다.
"아부지 봤는데 왜요? 뭐 존거 있어요?"
"그래. 내가 나왔거등. 내 봤재?"
하이구 올해 87세인 울 아부지가 이럴땐 꼭 어린애 같으시다.
그래서 슬슬 유도신문 --
"봤지요. 아부지 아주 조명빨 잘 받든데요. 근데 얼핏 지나가서 잘 안보였어요.
그쭈가 어디라요?"
"응 청와대다. 김대통령하고 악수도 했다. 그서 점심 묵는거 테레비에 나왔다"
하하. 울 아부지. 어디 자랑은 하고 싶은데 자랑할데는 없고 드뎌 나한테
전화해서 자랑하시는갑다.
울 아부지 시골서 노인회 회장을 하고계시니 것도 감투라고
여기 저기 초청이 오는데 아마 단체로 왔다 가셨나보다.
울집 제사라는거 알고 전화 안하셨겠지.
내가 전화로 막 추겨 드리니까 울 아부지 기분이 너무 좋으셔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끊어시는데...
"그래도 니가 젤 낫다. 내가 테레비 나왔는데 아무넘도 전화 한통화 안해준다"
키키.울아부지 <-- 아들. 딸. 손자. 모두 테레비만 보고 있는줄 아시남?
8순이 넘어셔도 관심을 받고 싶어 하시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가져 주시니
안스럽다. 누가 노인 TV나오는걸 일일히 관심을 갖고 눈여거 볼까?
그래서 온 사방에 전화를 했다.
먼저 숫자 많은 조카넘들한테...
"할부지 테레비에 점심드시는거 나왔다. 니들 무조건 봤다하고 근력 좋으시다고
오늘 당장 전화해"
그리고 언니. 동생. 사돈의 팔촌까지 좀 만만때때한 사람한테는 다 전화 했는데
좌우간 오늘 울 아부지 무지 기분 좋지 싶으시다.
하이구 뭐 효도가 따로 있남? 요런기 돈안드는 효도지. 히히.
(심청아. 니만 효녀 아니니라---니는 돈 받았지만 나는 땡전한푼 안받았느니라.)
근데 아직 울 남편한테는 전화를 안했다. 왜?
저녁에 오면 밥 묵으면서 분위기 척 잡아가지고 거짓말 좀 보태서 할라고...
나도 울 아부지 닮아서 자랑이 좀 심한편인가?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