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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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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6


BY 녹차향기 2000-11-10

저녁에 차가운 바람을 뚫고 동네 문구점에 나가 예쁜 꽃그림이 잔잔하게 그려진 편지지를 샀어요.
낮에 함께 운동을 다녔던 분으로부터 편지를 한 장 받았거든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셨는데, 제게 편지를 부쳐주셨답니다.
얼마나 반가운지요.
누군가 정성들여 쓴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얼마나 오랜만이지 가슴이 뿌듯해져서 생일상을 받은 것 같았어요.
그분께 답장을 해드리려고 해요.
그분은 지금 저보다 훨씬 연배이신데 사위도 보셨고, 얼마전엔 귀여운 손녀도 보셨답니다.
겉으로 뵙기엔 전혀~~~ 그렇지 않으셔서 모두들 깜짝 놀랐답니다.


제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님들께 먼저 깊이 머리숙여 감사드려요. 님들께서 읽어주신다는 격려와 관심 덕분에 종일 오늘은 무슨 얘기를 쓸까...하고 미리미리 쓸거리를 생각하는 버릇이 생길 것 같아요. 참, 즐거운 일이죠?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왜 자꾸 고집이 생기는 지 모르겠어요.
내가 알고있는 것이 확실하고,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다른사람이 하는 방법은 왠지 좋지않은 듯 여겨지며, 비효율적이고, 비능력적이다...
이렇게요.
그래서 사소한 일로, 사소한 주제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김치를 담그는 데에 있어서 풀을 쑤어넣는 것과 그냥 하는 것, 어느 것이 더 맛좋은 김치가 되느냐 이것 가지고
실랑이를 하고, 과외공부가 좋으냐, 학원공부가 좋으냐를 가지고 옥신각신하고...
이 학습지가 좋은가, 저 학습지가 좋은가를 갖고도 사실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 더 좋을 것이란 이상한 고집같은 거...


내가 선택한 방법이 옳다고 자꾸 주장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라면서요?

저희 시어머님은 그런 점에 있어서 다른 분들과 다소 달라요.
새로운 것을 참 좋아하세요.
텔레비젼에서 나온 어떤 새로운 것을 보시면
-예를 들면, 음료수광고나 약품광고 같은 거...-
기회가 닿으실 때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은 선택하신다는 점이예요.
그리고나서 기존의 것과 비교를 하시죠.

그리고 새로 나온 유행어 같은 것을 아주 적절하게 잘 사용하세요. 그래서 늘 좌중을 웃기시곤 하시는데, 그래서 어느 모임에서나 감초역할을 하시는 모양이에요.
새로운 것을 따라한다는 것이 사실은 편치 않잖아요?
어색하기도 하고, 거북하기도 하고, 맞지 않은 옷을 걸쳐 입은듯, 빌려입은 듯 어색한 느낌이 처음에 들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으신 것을 보면 타고나신 천성이 있으신 듯 해요.

그 먼 옛날, 어머님이 삼십대이셨을 때...
그때 그 먼 시골에 파마를 하시는 분이 아무도 없으셨대요.
아마 윤복희씨가 처음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비행기 트랩에서 내렸을 때 온 국민이 쇼킹했던 것 처럼, 저희 시어머님이 맨 처음 파마를 하셔서 그 일대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셨던가 봐요.
하지만, 항상 깔끔하고 단정하신 차림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되어 온 동네에 파마 붐을 일으키셨다고 해요.

남들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간다는 것은 분명히 어려운 일이예요.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또한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그래서 항상 신선하다는 느낌을 보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거고요.
이 신선함이야말로 사실 어찌보면 늙어간다는 말의 가장 반대되는 개념일 수도 있는데, 이 느낌을 자신에게서 멀어지지 않게 하면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비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어떤 음악을 들으셨어요?
어떤 노래를 부르셨어요?
어떤 영화를 보셨어요?
오늘 또 누구를 만나셨어요?

매일 그 날이 그날 같은 만남, 매일 그 노래, 매일 그 옷차림, 매일 그 얼굴표정, 매일 같은 자리, 매일 같은 모습....

설마 이렇게 지루하게 지내시지는 않으셨죠?

매일매일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만남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다른사람에게 보여지는 내 자신의 모습이 가끔은 변화되어 있고, 새로운 느낌이 있다면 좋겠네요.

요즘 어려운 랩이 잔뜩 들어간 노래들이 많이 있잖아요.
노랫말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도 많고, 가수들도 다 그 사람이 그 사람같고...
노래방에 가서 따라할 수 있는 노래라곤 학창시절에 불렀던 것 밖에 없다면...
분명 님은 지루하신 생활을 하고 계실거예요.

하지만, 인터넷으로 아줌마.컴을 클릭하신 님이라면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하고 용기있는 아줌마만이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함께 있는 가족들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 좋아하지요.
남편에게두 가끔 변화된 내 모습을 보여주세요.
(사실은 저두 잘 못해유... ㅠ.ㅠ)
십년을 넘게 몽땅 거리고 짧게 했던 커트머리를 최근 일이년 사이에 생머리로 길게 길러보았는데 누구보다 젤 좋아했던 사람이 바로
남편이었답니다.

아집, 고집, 독선, 집착, 욕심....
강물 위로
멀리 던져 버리세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셨죠?
몸무게도 쑥 빠지셨을겁니다.
상쾌한 느낌이 온 몸 구석구석 들면서 한 장의 날개라도 된 듯
공중을 떠다니는 느낌을 받으세요.

자....
그리고 이제 편안하게 주무세요.
숙면이야말로 피부를 가장 윤기있고, 보드랍게 해 주거든요.
미인은 잠꾸러기...

그럼, 차가운 날씨에 감기 조심 하세요.
평안한 잠자리가 되시길 바랍니다.


* 저희 시어머님의 18번은요,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입니다. 신곡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