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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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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찌한 은발의 청춘


BY 임진희 2000-11-05

헬스 크럽에서 가끔 마주치는 은발의 할머니는 너무 멋지셔서

그 앞에서 할머니라 죄송해서 부르지 못하고 형님이라 불러

드린다.

외국 영화에서나 봄직한 헤어 스타일이라 맨 처음 봤을때는 무슨

노역 전문 배우 인줄 알았다. 머리숱도 많은 아름다운 은발은

단발머리 길이 인데 끝을 웨이브로 말아서 그야말로 예술적인

아름다운 머리 모양이라 나도 모르게 머리가 너무 아름다우세요,

정말 예술이시네요, 하고 진심으로 말씀 드렸더니 좋아 하신다.

그런데 어느날 또 화장대 앞에서 마주 쳤는데 인사를 드렸더니

어젯밤에 혼이 났다며 젊은 사람도 알아 둬야 한다고 말씀을 하

셨는데 내용인즉 당신은 혼자 살기 때문에 친구 집에 가거나

친척 집에 가도 밤늦게 돌아 오기도 하는데 새벽 한시에 차를

주차장에 대려고 하니 지하 주차장도 입구 쪽은 이미 만차라서

구석진 곳에 차를 대려는 순간 허술한 복장을 한 남자 둘이서

다가 왔다고 한다.

순간 너무 놀래서 차문이 잠겼나 확인을 하고 급히 핸드폰을

?는데 왜 그리 백속에 있는 핸드폰을 빨리 ?아지지 않는지

식은 땀을 흘리며 ?아서 전화 걸곳도 없는데 전화 하는 시늉을

하고 한손으로는 백속에 들어 있는 현금 백만원 뭉치를 차안에

숨기고 있노라니 두 남자가 핸드폰에 대고 말하고 있는것을 보고

슬그머니 사라졌는데 그래도 무서워서 주위를 살피며 에레베타

앞까지 두려움에 떨며 걸어 왔다고 말했다.

은발인 형님은 칠십대 청춘이신데 볼링은 물론 운동이라면 뭐든

지 다 하시는데 승용차도 비싼 대형차를 운전 하시고 다니신다

남편분은 체육인이셨다는데 작고 하셔서 노년의 청춘을 홀로

보내고 계신다.

나는 그말을 듣고 형님께 너무 표적이 되시면 나쁜 사람들이 꼬

이니까 조심 하시라고 정말 어렵게 말씀을 드렸다.

아무리 젊다 한들 칠십대시고 노인분이 새차인 대형 승용차에다

홀로서기를 하시고 또 돈도 여유 있어 보이니까 누군가의 시선에

표적이 될지 몰라서 내 딴엔 걱정이 되어 한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또 화장대 앞에서 마주 쳤다. 무심코 발쪽을 보니

발찌가 둘러져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씀을 드릴수가 없어

머리만 말리면서 멋을 내시는것도 좋지만 발찌만은 ....

가는 세월은 사람을 성숙 하게도 하고 가지고 있던것을

하나 하나 정리 하기도 한다는데 한번 여자는 영원한 여자임을

입증이라도 하시려는듯 멎내기의 정열은 식을줄 모르는것 같았다

그런점도 노년의 삶의 원천이 되어서 더욱 건강하게 자신을 지탱

시키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어쨋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발목

에 둘러진 발찌는 너무 어울리지 않아 오히려 애처롭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