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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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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웬수


BY 이쁘니 2000-11-03

컴퓨터를 구입하고는 내심 불안했었다.
몇년전 컴퓨터를 남편 말만 믿고 비싼 돈주고 구입했다가 고스란히 깡통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정말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받고는 정말 큰맘 먹고 구입을 했다.
정말이지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타자연습부터 시작하더니 독수리 타법이 이젠 제법 왠만한 타자수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그런 남편이 대견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
거실에 편안하게 누워 텔레비젼을 열심히 보고 있는데 작은방에서 따그닥 따그닥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오고있었다.
평소에 남편이 컴퓨터앞에 앉아 하는 일에 별고 신경을 쓰지 않는 나인데 그날따라 유난히 신경이 거슬려 대뜸 남편에게
"자기 지금 뭐 하는데?"
방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뭔가 열심히 하나보다싶어
슬그머니 일어나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그제서야 남편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아무것도 아니다. 나가 있어라"
단호한 어조로 내게 명령했었다.
난 궁금해서 컴퓨터 모니터앞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웬 마산 여자와 채팅?"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얘기 했는데
남편은 꽤 신경이 곤두서는 모양이었다.
"무슨 마산 여자?"
내가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키며
"여기 있쟎아"하자
남편은 대뜸
"우리 원숭이 회원인데 뭐"
"그럼 오늘이 처음이 아니네, 채팅한다고 밤새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어" 내가 화가 난 말투로 얘기하자
남편은 무작정 나가 있어라고 난리다.
못나가겠다고 딱 잘라 말하자 남편은 내 손을 잡아 끌고는 거실로 밀치다 시피 해놓고선 작은방으로 들어가선 방문을 아예 잠궈버렸다.
그래 곧 나오겠지.....
그러나 남편은 나오기는 커녕 계속 작은방에선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당신 자꾸 그러면 알아서 해"
나는 으름장을 놓고는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로 다음날을 맞았다.
뒷날 남편이 내게하는 말인즉
"너 모르는 소리하지마라 채팅을 많이 하면서 컴퓨터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많이 배우는데"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채팅 할거네"
"그렇지, 너도 채팅해라"
참 어이가 없어서
이미 중독된 우리 남편 이제와서 어쩔수도 없고 정말 큰일이네...
컴퓨터가 웬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