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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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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어람 켁~죽는 시늉이라도 해서 이사임당 될끼라요.


BY 나의복숭 2000-11-03


요새는 오라는데는 없어도 갈데는 왜 그리도 많은지
일단은 나갔다함 나의 통금시간인 10시가 넘어서기 일쑤다.
모임 장소가 편의상 대부분 강남인 관계로 저녁먹고 우짜고
하다보면 9시. 남들 가는 노래방도 생략하고 옴마야 싶어
후닥닥 챙기고 일어나도 집에 오면 11시에 가깝다.
당연하게 남편한테 눈총에다 피가 되고 살이되는 도덕샘소리
한참 들어야 된다.

더 큰죄는 10시 넘어면 내가 아예 진동해놓은 전화를 안받는거...
전철에 있슴 남편으로부터 호출이 오는데 받아봐야 뻔하다.
이쁜 소리 할텍이 있남.
그러니까 깨져도 두번 깨질거 없이 집에가서 한번에 깨지는게
훨씬 내 일생의 도움이 되는거라...
전철속이라 무조건 못받았다고 핑개를 댄다.
(사실 내가 있어도 별다르게 잘해주는것 없으면서 없으면
디기 찾는다)

지난 주말은 연속 3일을 연달아 모임이 있었다.
자신이 뻔히 아는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심통이 났는지
성질을 내면서 일요일은 단풍놀이를 가지고 했다.
아뿔사. 이일을 어쩌지.
일요일은 내가 속한 통신에서 전국 체육대회가 있었다.
하이구 간다고 철석같은 약속을 해놨는데 안간다면...?
부산. 대구 에서도 오는데 설 바닥에 있으면서 안간다는건
진짜 말이 안된다.
할수없이 잔머리의 대가인 내가 또 잔머리를 굴릴수밖에...
"있잖아. 일욜 말이지..."
"뭐?"
"보라매 공원서 도우미한다고 했는데....
장애인 체육대회있는데 내가 휠체어 밀어주기로 했거든.
근데 당신하고 단풍놀이고도 가고싶고...아 참 갈등생기네.
우짜면 좋지?" <---쪼매 안타깝고 아쉬운 음성으로...
"약속해놨냐?"
"해놓기는 해놨지만 내 하기싫음 그만이지뭐.
에이 치우고 단풍구경이나 갈란다"
"야. 너 무책임하게 그러지 마라. 그길가. 단풍이사
담주 가면 되지..."
(얏호~~~~내가 그걸 노렸지. 역시 난 천재여)

약속 어기는거 젤 싫어하고 나누미 봉사는 무조건 가라는
사람이라는거 내 알지.
"근데 당신도 같이 갈래요?"
"내가 미쳤냐? 니 놀이터 가게...."
우리 남편은 이런 사람이다.
마누라가 속해있는데는 안 얼씬거려주는걸 미덕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게 섭섭한때도 있었지만 사실은 참 편했다.
그러니까 내가 보라매 공원엘 가자고해봐야
안따라올게 뻔하다.
근데 난 울남편 가는덴 죽자고 따라댕긴다.
왜? 답은 "내맘이지" 하하.

보라매 공원
장애인 체육대회는 뭔 체육대회.
사지 멀쩡한 사람들 체육대회였다.
당연하게 휠체어도 없었고....
그기서 난 맹활약했다.
일욜날 혹 보라매 공원온 사람은 내를 봤지 싶은데...
63빌딩서 떨어진 메주같이 생긴 내 얼굴을...하하.
닭쌈. 줄달리기. 제기차기. 족구등 모든운동에
약방의 감초처럼 나서다보니 기운이 다 빠졌는데...

집에와선 '애구 팔이야. 다리야'를 연발하니
울남편 자기 마누라가 존일하고 왔다고 쪼매 안쓰럽게 쳐다본다.
빈대도 낮짝이 있다고 애구 미안해라...
인제부터는 바가지도 안긁고 죽으람 켁~~~~죽는 시늉이라도
해서 신사임당아닌 이사임당이 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