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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육아일기 4 - 아들과 이에프소나타 (내가 적었지만 너무 슬프당~~~~~흑흑)


BY 닭호스 2000-11-02

나는 내가 딸을 낳을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래서 산부인과 의사가 내 뱃속에서 꺼낸 아기를 들고 한참을 딜여다 본후

"딸이네요."

하고 말햇을 때, 나는 너무 놀라서 기절할 정도로 힘이 빠지고 말았다..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달이(내 딸아이 이름이다)가 딸일 징조는 여기저기에서 자주 나타났었다.

신음식은 아들, 단음식은 딸이라는 이론이 있는데... 나는 임신중 시종일관 입덧이 심해 신음식은 김치를 비롯.. 전혀 먹을수 없었고,,,평소 입에도 안대던 초콜렛이나 사탕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 그런 걸 먹으면 입덧이 이상하게 가라앉곤 했다.

게다가.. 엄마가 꾼 꿈에서도 수백개의 복숭아가 탐스럽게 달린 복숭아나무가 나타났다...거기에다 한 술 더 떠 엄마는 아들 낳고 싶어하는 이 딸의 마음을 외면한 채, 집을 방문한 사위에게 준다고 그 복숭아들을 한 소쿠리 땄다고 한다.. 그러니.. 딸 쌍둥이를 낳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라 하겠다..

게다가 병규(내 남편의 이름이다)의 친구 가족이 방문했을 때, 그 집 꼬마가 뱃속에 든 아기가 "딸" 이라고 말했었다.. 아이들에게는 미리 일어날 일을 예견하는 신통력이 있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다..게다가 그 아이는 초음파를 업으로 보는 진단 방사선과 의사의 딸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미련에 가까운 확신을 바탕으로 나는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것은 아들만 둘인집에 맏이에게 시집와서.. 내가 첫판부터 딸을 낳으면 아들만 낳으신 시어머니께 도저히 이해받지 못할 행동으로 여겨질것이라는 지레 걱정이 그 이유가 되었다...

"아이구.. 이상타.. 첫판부터 우째 딸을 낳노??? 으이?"
이러시면 어쩌나...

나보다 일이년 먼저 시집을 간 나의 친구들은 시류를 잘 타서.. 다들 아들을 낳았다..

내 친구 E 양은 결혼 후 얼마 안 있어서 아이를 가졌다고 한다..
그러자 시부모님께서..
"딸을 낳아라.. 딸이 얼마나 귀엽노?"
하셨으나...그녀가 초음파 결과 아들이라고 판명이 나자 시아버지는 우하하하하... 하고 박장대소를 하시며...
"뭣이..아들이라고?? 니 정말로 수고했대이.. 아들 배느라고.. 니 차.. 당장 이 에프 소나타로 바꾸그래이.. 니 그 꼬물 스쿠퍼는 태아한테 엄청시리 해롭대이.."
이러시며 차를 바꿔주심을 물론 달달이 생활비를 남편 월급만큼 보태주신다고 한다...

그리고 또다른 내 친구 H양은 결혼후 일년이 지나서 아이를 가졌는데.. 석달 후 검사를 받고 아들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내가..
"그래서? 그래서 우째 됐는데??"
하고 조급하게 다그쳐 묻자..
과일을 깎던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그래서.. 바로 그날로 공주됐지 뭐..."
그녀의 시어머니는 내리 6명의 딸들을 출산한 후 그녀의 남편을 낳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두 명의 내 친구들은 입을 모아..
"야... 너 요즘은 딸이 더 좋아.."
하고 말한다..

딸을 낳고 하루하루 초조와 불안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는 딸을 낳는것이 무엇이 그렇게도 좋다는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된다..

아들을 낳은 E양은 소나타를 타고.. H양은 이제 애를 고만낳을까 생각중이라는데.. 나는 내 딸 달이를 낳던 다음날 병원 침대에서 시아부지로부터...
"애는 자꾸 자꾸 낳아야한다..."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어머니.. 제가 아들을 못 낳으면 도련님한테서 아들을 보심 안될까요?"
하고 말씀드리자..
"웃기는 소리마라.. 우리 달이가 아들을 물어다 줄테니..너는 그 걱정이랑 말고 애만 계속 낳으면 된다.."
하셨다..

나는.. 요즘..내 아이가 딸이라서 어디에 가든 기가 죽는다. "첫딸은 살림밑천이에요.."라는 말이 젤루 듣기 싫다.. 나는 달이가 살림밑천이 되는 게 싫다.. 그 아이의 인생은 공주처럼 순탄하고 평화롭게 흘러가기를 바란다..(그래서인지 나는 꼭 딸아이를 공주라고 부른당...) 나는 비록 양푼이에 밥을 비벼 먹고 김치통째로 내서 밥을 먹더라도 달이에게는 이쁜 그릇에 그림처럼 차려줄 것이다.

엄마는 늘 내게 말한다.
"딸은 그저 집에서 공주처럼 키워야 해. 그래야 시집가서도 그런 대접 받는다. 허드레로 키우믄 평생 그 대접뿐이 못 받아.."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엄마는 나를 공주처럼 손에 물 한방울 안튀기고 곱게 곱게 키워서 병규에게 주었다.. 하지만 이 인간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는 결혼 일년이 지난지금 식모가 다 되었다...그런데 허드레로 키우믄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일어날까???

우리 공주님이 지금 안방에서 울고 있다..공주님을 울게 버려두는 것은 도리가 아니므로 나는 지금 속히 가보아야겠다...

딸그닥 딸그닥 이럇 닭호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