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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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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수관의 몇대 손 일까(겁나게 창피스런 얘기)


BY 김자인 2000-11-02

난 지금도 살림에 서툴다.
새로운 음식얘기를 하며, 이렇게 하면 맛있다더라, 저렇게 했더니 식구들이 잘먹더라 해도, 나는 그런 얘기엔 관심이 없다.
둘째딸인 나는 결혼전, 엄마와 언니가 집안일을 개운하게 해준 관계로 가정생활에 대해선 관심도 없었고, 배우지도 않았었다.
"너 아무것도 못한체 시집가서 어쩌려고 그러냐?"하는 엄마의 말에 "가정부 들이면 되죠!" 하면 대답 끝.
"오냐 그렇게만 살아라" 하던 엄마의 말씀이 아직 실현이 되지 않고 있지만, 남편과 내 새끼가 이손으로 한 음식을 먹고, 피둥피둥 잘 자라고 있으니 그걸로 되지 않겠어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내 학창 시절로 되돌아가볼까?
때는 바야흐로 내가 여고2년생이던 어느 여름날.
토요일 하교후 집에오니,전날 큰집에 제사가 있어서 음식을 많이 싸오신 엄마가 밥상을 차리고 계셨다.
떡이며, 과일, 생선, 전등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을 보고 치마 지퍼를 짜악 내리려는 그 순간, "야! 이 것좀 데워와라. 여름이라지만 따뜻하게 해서 먹어야지" 하며 생선이 올려진 접시를 내게 내미신 엄마.
얼른 먹고싶은 맘을 꾹 누르며 "이대로만 데우면 되요?" 하고 말하니, "오냐 이대로 데워라" 하시지 않겠습니까?
전 효녀인지라 엄마말을 그대로 듣고, 그때 한창 사용중이던 곤로의 불을 켜고, 접시를 그대로 올려 두었습니다.
왜? 엄마가 이대로 데우라고 하셨기 때문에!
몇분이 지났을까?
접시를 만져보니 뜨겁더군요.
뜨거운 접시를 보니, 생선도 다 데워졌겠다 싶어, 행주로 접시를 감싼뒤,"엄마! 여기. 뜨거워" 하며 접시를 쑥 내밀었습니다.
우리엄마는 아무 의심없이 맨손으로 접시를 받다가" 아이고 뜨거워라! 이거 왜 이러냐?" 하시며 접시를 방바닥에 떨어뜨리셨어요.
"엄마가 이대로 데우라고 하셨잖아요."
"너 그럼 접시까지 올려놓았냐?"
"네!"
"아이고 내가 못살아"
방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접시는 아직도 뜨거운 열을 간직한체 그대로 있고, 진작 데워져야 할 생선은 미적지근한 체온을 간직한체, 저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저녁에 식구들이 모두 모인자리에서 전 단번에 별명을 하나 얻었습니다.
"도공"
데우라는 생선은 안데우고, 접시를 구웠다는 그 이유로 제 예쁜이름대신 "도공"이라는 이름이 지금까지 불려지고 있습니다.
참 신기하지요?
접시를 깨지 않고 그렇게 기술적으로 데웠다는게,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제 몸엔 심수관의 피가 흐르고 있는건 아닐까요?
정말 제가 김씨가 맞는지, 유전자 확인 검사라도 해봐야 하는건 아닐까 해보지만,서로 상처(?)받기 싫어서 20여년이 다되가는 지금까지 그 별명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소나기 온다고 옥상에 있는 장항아리 뚜껑덮으라는 엄마말에, 아무 생각없이 시루로 뚜껑을 덮었던 일.
꺼진 연탄불 살린다며, 새연탄 두개를 아궁이에 넣고,성냥불을 붙여, 연탄구멍에 집어 넣던일.
웃지못할 일들도 많지만, 제 딸이 저의 과거(?)를 더 이상 알기전에 이만 쓰렵니다.
도공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