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며칠 쉬다가 오랫만에 운동하러 나갔드니
여기저기서 궁민학생 부르듯
'도희왔네' 소릴하며 너무 반가이 맞이해준다.
커피 뽑아주는 형님도 있고 맥반석 계란
먹으라고 사주는 아우도 있고....
아이구 난 이 재미로 사는거여.
내 얼굴이 좀 부실하게 생긴데다
피부도 흥부 마누라처럼 영양가 있는거 몬묵어서
퍼석하지.... 전체조화를 보면 빈티가 흘러서
남의 동정심을 많이 유발하는 얼굴이라 그런지
모두들 나한테 먹는걸 위시해서 너무 맘을 많이 써주니까
진짜 송구스러울 정도다.
내가 이 큰입에 먹기는 또 오즉 잘 먹는가.
"아이구 형님아. 묵어도 묵어도 마싯다"
그러면서 형님네들 입에는 1개씩 쏙 넣어주고 내입에는
2개씩 넣는데도 다들 얼마나 좋아하는지...
난 정말 인덕이 많은거 같다.
성질이 더러버서 남 잘되는 꼴은 배가 아파서 죽어도
못보는데도 그성질 좋다해주고 하나같이 잘 챙겨주니 말이다.
오랫만에 스쿼시場으로 가서 한 게임했는데 와아 너무 잘된다.
"하이구 와 이리 잘되노"
내 상대가 낼 모래 군대에 갈 학생인데 영 맥을 못춘다.
"애구 밥 안무긋나? 왜 이리 힘을 못써?"
"날씨땜에 그래요"
오랫만에 큰 스코어로 이기고 나서 기분좋아 땀을 딱고
있는데 코치님이 들어온다.
자랑하기 좋아하는 내 성질에 가만히 못있지롱.
"아이구 나 하는거 봤지요? 내가 이겼어요. 하하"
"그래요. 축하합니다"
코치 속으로는 아마
(아이구 맨날 꼴찌하다가 소 뒷발에 쥐 잡았네) 카겠지.
그래도 축하한단 소리에 우쭐해져서 한수 더 떴다.
"선생님. 내 너무 잘하는거 아니에요?"
히히히.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지만
요샌 자기 PR 시대 아닌감?
근데 코치님 왈.
"어디가서 저한테 배웠다 소리 하지 마세요"
그리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면서 도망가 버린다.
애구 사람기를 팍팍 죽이는 방법도 가지가지네.
그래도 재밋다.
사람 사는기 뭐 별건가?
3시세끼 밥묵고 웃으면서 살면 그기 존거 아닌가?
남편있고 아들. 딸있고
날 좋아해주는 칭구들 있고 그럼 됐지 뭐.
그럼 날 싫어하는 사람은 우짜냐고?
그야 공자같은 맘으로 배터지게 잘 묵고
잘 살아라고 하지 뭐.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