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꾸리무리해서 부추넣고 전 부치면 무지 맛있을거 같아
신바람나게 반죽하여 한 쟁반 구웠다.
"애구 냠냠"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니 울 남편 입에 드가는것까지 아까울 정도로
맛이 쥑여 준다.
누구 말마따나 부추전 묵어면서 고도리 한판쳐도 재밋을거 같고....
"아 삼촌 왔슴 좋겠다"
"갑자기 걔는 왜?"
"삼촌 부추전 무지 좋아하거든. 아주버님들도 와서 같이 고도리 치면
아 흔들고 광박에 피박에 쓰리고에....쥑여줄낀데...."
혼자 궁시렁 궁시렁거렸드니 울 남편이 기가 찬듯 혀를 끌끌 차드니만
"광박은 또 뭐꼬?"
역시 무식한 사람은 이래 표가 난다니까......
그래도 요런거 물어주는기 어디랴. 하하.
"참 나. 무식한 사람 델고 못살겠네. 당신 알아봤자 뭐 할끼고?
고도리 칠줄도 모르면서"
"그래도 광박카는소린 첨 들어보네. 그기 뭔데?"
"애구 설명해줘봐야 몰라. 실전을 해야 알쥐. 그러지말고 내한테
배워요. 내 수강료 한푼도 안받고 친절하게 갠 지도 해줄께"
이참에 사부나 되어볼까 싶어 울 남편을 꼬드겼다.
원래 이런 잡기는 손톱도 안드가는 사람이다.
집안 사람들 모일때 48장짜리 동양화 공부할때만큼 재미있는기
어딧어랴.
근데 제사때나 큰일 있을때 삼촌이랑 아주버님이 와서
동양화 공부할라치면 괜히 남편 눈치를 보면서 미안해 하는거다.
안치는 사람과 치는 사람의 차이다.
내가 괜찮타고 주동이 돼도 맘이 안편한건 사실이고....
"됐네요. 니 남편 노름꾼 만들일 있냐?"
참 내...항상 울집 대화는 이런식이다.
(아이구 그래. 잘났다. 고도리치면 당신 눈엔 다 노름꾼으로
보이냐?) <------요건 순전히 내 속으로만 카는 소린데 사실은
편집한 소리. 히히. 진짜는 뭐라 했냐고?
(아이구 그래 니 잘났다. 고도리치면 니 눈엔 다 노름꾼으로
보이냐?) <-----요건 100% 오리지날. 낄낄....대통령도 안보는덴...?
"애구 그라믄 내가 광박 설명해줄께"
부리나케 쫓아가서 안방 서랍에 꼭꼭 숨겨둔 동양화를 가지고 나와선
남편 앞에 좌악 펼지고는 5광을 꺼집어 냈다.
"이기 5광이거등. 근데 광박이란...."
설명을 할려고 하니 TV 본다고 동양화는 쳐다도 안본다.
"이거 좀 보라니까..."
팔꿈치로 찌르고 심지어 발로 쿡쿡 차도 테레비 삼매경에 빠져서
정신이 없다.
뭔 프론가 싶어 보니 애구 애구 역시나 그놈의 개가 나오는 프로다.
결국 내하고 개중 개가 선택받았는거다.
"보이소. 열 셀때까지 이거 안보면 알아서 하소. 낼부터 맨밥 줄끼다."
그리고는 하나 둘 세기 시작했는데 8까지 세어도 개만 보고 있고
날 안본다.
아홉 -----흐이구 그래도 안보네.
인제는 내가 약이 올라서 차마 열을 못카고
아홉 반
.......
아홉 반의반
.........
아홉 반의반의 반
...............
드뎌 내 화가 폭팔해서 리모콘 가지고 테레비를 팍 꺼버렸다.
그리고는 최고로 화난 얼굴로 씩씩거리면서 울남편 째려?R다.
"세상에.....심 봉사 하고 살아도 이거보다는 재미있겠다"
담엔 탕탕 소리내어 안방으로 직행.
그런데도 이 남자는 따라 들오지도 않고 밖에서 큰소리로
"니 심봉사 카지 말래며? 심 시각장애인 캐야된다면서....?"
아이고오---내가 말을 말아야지.
심봉사하고 살았든 뺑덕엄마 팔자도 이보다는 나았겠다.
걍 잠이나 자야지.....
횡설수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