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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야기4 (내가 만난 일본인들)


BY 베티 2000-10-24




<내가 만난 일본인들>

일본에 간지 두어달이 지난 어느 날 문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십대로 보이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앞에는 앞치마를 차고 한 손엔 일본 식품을 담은

가방을 들고, 또 다른 한 손에는 sample로 사탕을

들고 서 있었다.

남편이나 나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어서 필요 없다

고 했는데 우리가 외국인인걸 알고선 중국 사람이냐고

물어왔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서투른 발음이지만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사랑해'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사지 않자 '안녕히 계세요' '건강하세

요'를 말하며 계속 웃음을 지우지 않고 손까지

흔들면서 갔다.

그 소녀가 가고 난 뒤에도 여운이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자기가 하는 일에 부끄러움을 전혀 가지지 않고 자신감

을 가지고 일하는 태도가 참으로 보기 좋았다.


어느 날 역내 쇼핑센타의 식당에 야끼소바를 먹으러 갔다

야끼소바는 일본 음식 중에서 비교적 내 입에 잘 맞는

것으로 국수를 볶은 것인데 가끔 그걸 먹기 위해

그 곳에 갔다.

그 날은 아줌마들이 여러 명이서 무슨 모임을 하는지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음식을 다 먹은 그녀들은 주~욱~ 계산대 앞으로

가더니 일렬로 줄을 섰다.

그러더니 지갑을 꺼내 각자 계산을 하였다.

나로선 그 모습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고 음식 값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일본사람들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였다.

많은 금액이나 적은 금액이나 일본인들에게 생활화되어

있는 일부분일 뿐이었다.


다음은 아르바이트하면서 겪은 사람들의 얘기이다.

처음 아르바이트 한 곳은 우리나라의 주점과 비슷한

곳이었는데 재일교포가 경영하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판도리라하여 칵테일과는 성격이 좀 다른 것

으로 술을 얼음물과 섞는다든가 차와 섞는 것이었다.

일본 남자들은 한국남자들보다 술이 약해서 그렇게

섞어서 마셨다.

그 곳의 아르바이트생은 거의가 한국사람이었다.

그런데 40이 넘은 일본사람도 같이 일을 했는데

튀김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성격이 깐깐하고 소심하며 인상도 별로 좋지 않고

독신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성격이 그래서 결혼을 못한 듯 했다.

그 사람은 여자들에게는 무척 친절하게 해 주는데

반해 남자들에겐 그 반대였다.

특히 한국 남자 아르바이트생들에겐 잔소리와

구박이 엄청 심했다.

그걸 견디다 못한 K가 한번은 크게 대들었다.

그랬더니 호랑이 같이 대하던 그 사람은 무서워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그 다음부턴 구박이 덜해졌고

한국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강한자에게는 굽신거리고 약한 자는 짓밟는

일본 사람의 근성을 한풀 꺽이게 한 좋은 기회였다.

속이 다 시원했던 사건이었다.


두 번째 아르바이트는 커피와 몇가지 빵을 판매하는

'까페 드 모네'라는 곳이었는데 거기서 만난 여점장은

나이가 50대였는데 언제나 우리들에게 깍듯한 말로

대했다.

오랜시간이 지나도 결코 반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주 우리들을 위해서 음식도 집에서 손수

만들어 오고 선물도 해 주셨는데 서로간의 거리는

더 이상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았다.

흔히들 일본사람들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고 하는데

그 분이 그런 일본사람의 표본이 아니었나 한다.

결코 싫은 감정도 그렇다고 좋다는 감정도 표현하지

않는 근엄한 사감같은 그런 사람이었다.



이외에도 신정에 우리를 초대해서 일본 전통 음식을

대접하고 노래방도 데리고 가서 즐겁게 해 준 옆집

아저씨도 있고 언제나 부드러운 미소와 친절로 한국

학생들과 잘 어울려 준 일본어학교의 한 여선생님도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내 기억속에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