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가을인가보다. 베란다에 서서 창밖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머리속에 갖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저 푸른 나뭇잎들이 어느 새 저렇게 붉게 물들었단 말인가. 붉은 듯 붉지만은 않고, 노란 듯 노랗지만은 않은 저 나뭇잎들은 이제 저 고운 빛으로 떠나갈 차비를 하고 있네. 남편이 모처럼 기원에 가고, 아들은 할머니댁에 가 있어 모처럼 일요일을 이렇게 혼자 맞고 있다보니 다른 때보다 훨씬 적막한 생각이 든다. 왜 내 주변엔 이토록 사람이 쓸쓸한지. 아무 때나 찾아가 편하게 투정부릴 수 있는 언니나 여동생, 그 혈육 한 점이 나에겐 없으니. 친정엄마라도 있어 말벗이라도 되어드릴 수 있다면.... 외국에선 아이를 하나만 낳을 거면 굳이 아들 아닌 딸을 택한다더니, 그 심정을 내가 알겠네. 엄마에게 아들이야 어릴 때만 자식인 것을, 친정나들이 수월찮다해도 그래도 마음쓰임이 큰 것이 딸이라던데...... 엄마에 대한 마음은 딸이 애틋하다던데...... 나에겐 그런 딸도 없고, 그런 딸이 되어드릴 어머니도 아니 계시고. 가을이되면 웬지 모를 허무함이 든다. 무엇이 딱히 슬픈 것도 아닌데, 계절이 주는 쓸쓸함때문일까, 아니면 가슴에 묻어둔 것이 가을을 닮았음인가. 혼자 있는 시간이 가끔은 터무니없이 서글프다. 그렇다고 함께함으로 채워질 그 무엇도 아니면서.... 그래서 무언가라도 끄적일 수 있는 컴앞에서 내 마음 풀어놓게 되는 걸까? 아무리 기계라하지만 어쩌면 컴퓨터야 말로 진정한 친구일지도 모른다. 말없이 내 이야기 다 털어놓게 만들고, 내가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충족시켜주니.... 컴을 가까이함으로 소원해진 모든 것들, 과연 멀리했다고 안타까워만 해야할까. 조용한 오후, 그 어느 때보다 적막한 가을 날의 오후. 귀에 익은 옛음악들으며 지금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남편을 기다리네. 컴퓨터만큼이나 나에겐 너무 친한 사람. 남.편.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