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몰랐다. 사람일은 모른다고 그렇게 욕
을 하던 사교춤 이라는 것을 심심해 여사가 하게 될줄은 하늘도
몰랐고 땅도 몰랐던 일이다.요상하게만 들리던 뽕짝 노래가 친근
하게 다가온 것이다.운동신경이 젬병이던 그녀는 열심히 따라해
서 지루박은 발자국을 뗄수 있게 되었다.지루박 여사는 말했다
누가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통하는 춤을 나쁘게 말하느냐고,우리
나라에서 처음 시작한 사람들이 물을 흐려 놓아서 그렇지 절대
나쁜것이 아니라고 매일 연습 할때마다 심심해 여사의 귀가 못이
박힐 만큼 세뇌를 했다.같은 보스끼리 한쪽은 동양화 보스이고
한쪽은 지루박 보스였다. 몰락한 보스의 심정을 지루박 보스는
헤아려 주었다.자신도 언제 회원들이 등을 돌릴지 모르는 일이
였다.감사의 마음이 새록 새록 우러나서 심심해 여사는 지루박
여사의 집에 갈때마다 새로 담근 김치며 고구마 삶은 것을 가지
고 갔다.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동양화 회원들과 자주 만들어 먹
던 호박 부치개도 부쳤고 어느날은 김이 모락 모락 나는 호박떡
을 사가지고 가기도 했다.연습할때는 자신외에도 실버들 같은 아
줌마가 둘이 있었는데 그녀들은 이미 상당히 진도가 나가 있어
서 심여사의 선배가 되었다. 지루박 여사는 남자 스탭 전문이어
서 여자끼리 있어도 조금도 불편 하지 않았다. 이주일이 지나자
심여사는 지루박에 자신이 생겼고 쉬는 시간에 간식을 먹어가며
자신이 왜 진작 이놈의 것을 하지 않았나 후회까지 들 정도로 달
라져 갔다.그러나 살은 아직 조금도 그녀 곁을 떠나려 하지 않
았다.운동 했다 핑계대고 가지고 간 간식을 사정없이 먹어 치우
기 때문인것 같았다.에어로빅에 두손들고 잠시 자신이 없던 그녀
는 평생 운동을 못할줄 알고 포기 했었는데 이번은 자신감이 생
기고 무엇보다 옷차림에 신경을 쓴 덕택에 앞 뒷집 아줌씨들이
아니 ,요새 무슨 좋은일 있어요 아지매가 점점 멋을 다 부리고,
하며 아래 위를 형사가 수상한 사람 살피듯이 ?어 보지만 젊어
진 자신의 마음이 즐거워서 별다른 대꾸도 하지 않고 지여사 집
으로 출근 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자 몇가지 스탭을 전부 마스
터한 거구의 심여사는 드디어 오늘 사부님으로 부터 이젠 그만
내곁을 떠나도 된다는 말을 감지덕지 들었다.그러나 졸업 시험은
치뤄야 한다고 했다. 심여사는 무슨 종이에 쓰는 시험은 내 초등
학교 때 부터 질린 사람이외다.무슨 시험을 보는데예, 실버들 아
줌마들은 깔깔대며 웃고 초보인 심여사는 사부님의 눈만 바라 보
고 있었다.그게 아닌기라, 오늘은 그동안 내가 가르쳐 준것을 잘
할수 있는지 내가 확인 해 보려고 그런다, 나를 따라서 가 보면
안다. 심여사는 심봉사가 뺑덕 어멈 따라가듯이 지루박 여사가
이끄는데로 졸졸 따라 갔다.옛날 같으면 내 뒤를 회원들이 따라
왔는데 이젠 내가 남의 뒤를 따라가다니 한심한 마음이 없지 않
았다. 돌고 도는것이 인생이라지만 기운빠진 사람이 별수 있겠나
하면서 멈춰 선 것은 뜻밖에도 노인 회관이였다. 시간은 오후 두
시였다.지여사 내 나이가 몇인데 노인회관에 데리고 왔소 ,기분
이 확 바뀌고 말았다.시험을 본다기에 두툼한 입술에 빨간 루즈
까지 몇번이나 덧 바르고 나왔는데 웬 노인정? 그러나 지여사는
말없이 손을 끌었다.입구에 음료수를 파는 나이든 아줌마가 심심
해 여사의 멋부린 모습에 얼굴을 돌리고 웃었다.굵은 허리통은
숨길래야 숨길수도 없는데 다이트 스커트에 부라우스를 입고 입
술은 튀어 나온데다가 잘 바르지 않던 화운데이션 이 전부 얼굴
표면으로 나오려고 준비 중인것 같았기 때문이였다.그러나 저러
나 안으로 들어가니 말만 노인회관이지 지여사네 집에서 듣던 음
악이 흘러 나왔고 노인들은 없었다.밖은 환한 대낮인데 실내는
일부러 그랬는지 커튼도 쳐 놓고 어두운데 아줌마들이 의자에 빙
들러 앉아 있고 잘 둘러 보니 몇명은 열심히 돌고 있었다.여자는
열두어명쯤 되는데 남자는 다섯명인가 그쯤 되는것 같았고 여자
들은 순서를 기다리는지 하염없이 앉아 있었는데 지루박 여사가
심여사를 일으켜 세웠다.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가르쳐 준것 처럼
심여사를 이끌었다.그런데 왜그런지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그런지 자꾸 지여사의 발만 밟았다.배운것을 음악에 맞춰 해 본
다음 자리에 앉았는데 정작 남자들은 한번도 심여사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한두번은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도 곧 자신에게
차례가 올줄 알았는데 결국은 몇시간째 남 하는것 만 보고 있어
야 했다.보다못한 지여사가 다시 잡아줬지만 심여사는 자존심이
말할수 없이 찌그러지고 왜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 조상
과 낳아주신 부모님이 원망 스러웠다.지금까지 살면서 외모 때문
에 고민 해본적은 한번도 없었다.항상 너털 웃음에 음식솜씨 좋
은것을 자랑으로 알고 살았고 남편도 특별히 못생겼다는 말은 하
지 않았다.다만 고사 지낼때 돼지머리를 보고 심여사의 얼굴을
살짝 보면서 혼자말로 닮아도 너무 닮았네 하고 웃은적이 있지만
그 말도 그리 고깝게 들리지 않았었다.왜냐하면 언제나 시장통
에서 채반위에 웃고 있는 돼지머리가 아침마다 머리를 빗을때 보
던 얼굴과 닮은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였다. 음악이 끝나고 저녁
할 시간이 되자 아줌마들은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지만 남자들은
피곤 하다며 음료수를 마시고 심여사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다들
가버렸다.동양화 회원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로 전부 떠날
때의 그 허전 했던 기분은 지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아야 했거늘 내가 미쳤지 ,이까짖것에 눈
을 돌리고 이런 모멸감을 느껴야 하다니. 속으로 분하고 억을한
생각이 분수 처럼 솟구쳤다.다 그놈의 문화센타 때문이여.내 고
스톱 회원을 다 빼돌려서 나를 외롭게 했기 때문에 내가 잠시
정신이 어떻게 됐나봐 .자신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끝없이
주절 대면서 지루박여사가 다시한번 상대가 되어 준다는 것을
야멸차게 뿌리쳤다.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거여. 하면
서 오랫만에 꺼내신은 구두가 불편해서 뒤뚱거리며 아파트에 들
어섰다.입구에서 에레베터를 기다리며 게시판을 보았다.조리사
자격증 취득 이라고 써놓은 것을 읽어보았다.가까운곳에서 요리
를 실비로 가르친다고 써 있어서 심여사는 그래 내가 할것은 바
로 이거다 .하며 전화 번호를 적었다.군대간 아들이 언제나 하던
말이 생각났다.엄마 요리는 아무도 못 따라 갈꺼에요,적성을 살
리시면 아주 좋으실겁니다.하며 늘 맛있어서 죽겠다는 표정을 하
던 아들의 말이 전광석화 처럼 스쳐 갔다.내가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지 .이년후면 남편도 정년 퇴직이고 그때를 대비해서 작은
음식점이라도 내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집안에 들어와서 불편한
스카트를 벗어놓고 고무줄 치마를 입었다.빨간 루즈를 닦으니 눈
에 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부지런히 청소를 하고 잠시 한눈을 판
자신이 웃으워서 혼자 깔깔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