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가을을 보고나서
프리티우먼에 나오던 리챠드기어의 일품미소와 세련된 매너를 새록 기억케하고 그 미소뒤의 조금은 어슬픈 눈물연기 역시 밉지않았던 영화....
마흔여덟의 구제불능 난봉꾼이며, 재력가이기도 한 윌/리쳐드기어 분/과 목전에 죽음을 앞둔 스물둘의 순수한 영혼 샬롯/위노나 라이더분/은 첫눈에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린다.
옛 여자친구의 딸이기도한 샬롯을 사랑하지 않으려고 갈등하며 뒷걸음치는 윌은 어쩌면 우리 기성세대들의 나약하고 용기없는 자화상 같았고, 사랑에 관해 삶에 관해 심지어 죽음에 관해서조차 도발적이고 두려움없는 샬롯의 거침없음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겁없는 신세대들의 당당한 또 한면이었던 거 같다.
수많은 여자들을 거쳐지내온 윌은 샬롯의 순수함과 투명함에 끌리면서도 큰 나이차와 그녀가 받을 상처를 걱정하며 함께보낸 다음날 아침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우리에겐 미래가 없어"라는 말로 선을 그으려한다.
반면 샬롯은 그의 용기없음을 비웃듯 자신의 심장병에 관해 그리고 다가올 죽음에관해 너무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고 시샘처럼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지면서 안타까움과 애절함으로 영화속으로 빠져들었다.
자신을 위해서인지 그녀를 위해서이지 윌은 자기삶의 방식을 고집하며 등을 돌렸고, 내면의 진정한 사랑으로 여러날을 괴로워한다. 그리고 돌아와 여위고 상처받은 그녀앞에 무릎꿇고 하던말
"제발 널 사랑하게 해 줘"
그 말이 많은 여운을 남긴다. 사랑이란 사람을 얼마나 변하게 할 수 있는지. 이제 더 이상 윌은 방황하며 떠도는 예전의 그 플레이보이가 아니었고, 샬롯의 순수함에 흠뻑 닮아가는 따뜻한 가슴의 진짜 남자가 되어있었다.
영화속의 명장면-황금빛 낙엽이 눈꽃처럼 날리던 샌터럴파크의 가을은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너무도 조화로운 커플 윌과 샬롯은 가을풍경이 무색할만큼 더더욱 아름다웠다.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미루고, 접어두는 아둔한 사랑이 아닌, 죽음을 향해 한발짝씩 다가가면서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또 다른 모습의 사랑이 이 영화에는 있다.
프리티우먼을 적절한 긴장감과 함께 재미있게 본분이라면, 또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에서의 가슴아프면서도 절제된 사랑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 영화 꼭 추천해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