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를 잘 옮기는 여자 난 가구를 잘 옮긴다 아니 옮기는걸 즐기는 편이다 그리 많지 않은 가구지만 우리 집에서는 장롱말고는 죄다 짧게는 한달에 한 번 길게는 서너달에 한 번정도 내 힘을 빌어 자리를 옮긴다. 누구처럼. 소문난 서정희씨처럼 그런 깔끔함.또는 센스 있다고 평하는 가구 배치때문이 아니라 때론 피곤에 지친 몸을 끌고라도 꼭 그 짓(가구 옮기는 일)을 한다. 난 그렇게 그 일이 하고 싶다. 내 가족들이 그 일로 인하여 작은 즐거움을 느낀다는걸 알고 부턴 가끔 난 깜짝쇼도 별여보곤한다. 가족 모두가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러 나간 오전일찍. 난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훔쳐가며 가구들을 잘도 옮긴다. 그리구선 먼지를 말끔히 닦아 낸 다음 이 곳 저 곳 기웃거리며...흐뭇한 기분으로 따뜻한 커피를 한 잔한다. 그러면 젤 먼저 딸아이가 도착해서는 "우와- 이사온 것 같네-" 다음 아들아이 "엄마 고마워!" 마지막으로 남편은 "가구가 죽어나는구만~" 경상도 사나이라 그런가?..아님 우리 남편 자체가 부드러운 말은 잘 못해서 그런가... 그치만 나는 안다. 그렇게 말하는 남편도 자리바꿈한 가구 덕분에 기분이 밝아졌다는 것을.... 오늘 나는 또 가구를 옮겼다. 가보지 못한 나라.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같은 것처럼. 어쩌면 난 내 일상의 탈피를 꿈꾸며 이렇게 자리바꿈한 가구에다 나를 결부 기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00년 9월 29일 퍼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