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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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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BY 김영숙 200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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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멀스멀 어둠이 소리도 없이 일순간에 대지를 잠식해 버렸다.
나는 끝없이 불평을 늘어놓았고, 만족하지 못했고, 짜증스러워했다. 신은 너무나 가소로왔을게다. 인간들의 무지몽매함이... .
네 식구가 살아가기에 나의 스물 세 평 아파트는 충분하다.
복도가 나있어 이웃과 도란도란 정 나누기가 넉넉하고,
바다가 환히 바라다 보이는 창이 있어 늘 푸른 동해를 안고 살 수 있으며, 남편은 빛나는 건강과 아름다움을 지녀 또한 즐겁고, 아이들은 또 얼마나 곧고 진실 되게 자라주었는지.
겨우 몇 가지 밖에 나는 집어내지 않았지만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충분히 나는 행복해 할 수 있었는가?
그러나 늘 나는 작은 집에 대해, 아이들의 자유분방함에 대해, 남편의 이기에 대해 그리고 바람을 일으키는 바다에 대해 얼마나 많은 불만과 답답함을 토해냈었던지.
지금 생각하면 '내 탓이지'싶은 까닭들이 줄지어 나를 힐난하고, 비난하고 있다.
가만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나의 만족하지 못하는 버릇에서 비롯된 것만 같다.
이렇게 봇물 터지듯 순식간에 나는 불행 한가운데 놓여있는 것이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겠지만, 나는 불만족스런 자신의 이기로만 똘똘 뭉쳐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을 게다.
아들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들이 아파 분명한 일침을 줄 때까지 아무 것도 모른 채 나는 부질없이 떠 벌이고 살아왔던 것임을 이제서야 나는 깨닫는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부끄럽다.
아이는 모자란 어미를 깨우치기 위해 그렇게 앓았을까?
진땀을 송송 흘리면서 잠든 아들의 얼굴은 안스럽게 야위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