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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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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마디 할께여(공동경비구역JSA)


BY 진짜달팽이 2000-09-20

제가 한참 늦었네여
영화 평론 하는 방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평론할 주제가 안되기에 지나쳤었는데 이번엔 저두 꼭 말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감동이 있었기에 들렀는데 이미 많은 분들의 찬사가 올라와 있군여
저두 보았슴다
공동경비구역JSA...

이 영화의 원작인 DMZ는 오늘의 작가상(민음사주최인걸루 알고 있습니다만) 최종 심의에 올랐다가 아무리 소설이 픽션이라지만 DMZ에서 총격전이 일어나는 등의 사건들에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떨어졌었다죠
이후 이문열은 작가(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군여)에게 단행본으로 내보라는 권유를 해서 DMZ라는 소설은 탄생되었고 작년에 일어난 김중사 총격자살사건으로 리얼리티까지 완벽하게 갖추게 되어 영화화하기에 이르렀다는 군여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 떠오르는 것은 원작자를 비롯한 감독이나 각색진들 모두가 가슴이 무척 따뜻한 사람들일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세계 유일무이한 특별한 체제현실 속에서 그간에 배출되었던 수없이 많은 사회적 초상을 다룬 문화들이 어떠했습니까
모두 하나같이 반공이데올로기를 다루거나 중립, 혹은 객관적 시점을 표방하면서도 결국은 어느 한 이데올로기의 손을 들어주거나 이도저도 아닌 그야말로 빈껍데기 같은 문화들 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것이 어쩌면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생각도 해보긴 합니다
JSA영화 속에서 중립국가(스위스)에서 파견된 장교(이영애)를 못마땅하게 여긴 국군장교 한사람이 중립이란 없다, 결국은 빨갱이 아니면 빨갱이의 적 그 둘만이 존재할 뿐이다... 라고 독설을 퍼붓는 장면이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데올로기의 한계...

그러나 이 영화는 영화의 무게를 주기 위해서라도 자칫 빠져들기 쉬운 사상의 함정을 완벽하게 비껴가고 있었습니다.
분단을 사상의 문제가 아닌 사상의 저변에 공고히 깔려있어야 할, 그러나 늘 그렇지 않은 휴머니즘의 문제로 무리없이 귀착시키고 있었죠

영화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제 마음 속에 네 명의 남자가 걸어들어오고 있었슴다
시류에 이끌려 13년이라는 푸른 청춘을 중동의 전쟁터에서 보냈지만 너무나 따뜻한 존재이기에 진급도 못하고 후미진 초소에서 지내고 있던 남자의 인생여정...
밝고 건강한 대한의 남아 이병헌의 장난기 가득한 웃음...
똥개 한마리도 극진히 사랑할 수 있는 순수한 동심을 가진 화가지망생...
전쟁터 같은 세상에 결코 동화되어 갈 수 없었던 슬픈 남자의 무표정한 눈빛...

이들은 모두 빨갱이도 아닌, 빨갱이의 적도 아닌...
나이자, 내 주변의 그들인...
사람이었습니다

무겁지 않으면서 말할 수 있는 영화, 가슴 시리지만 질척거리지 않는 영화, 내 옆의 모르는 사람조차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게 하는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