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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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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행


BY 마가렛 2016-04-03

춘천행

 

 

봄비가, 기다리던 봄비가 꽃들이 수줍음을 활짝 웃게 하려고

곳곳에 뿌려주고있다.

녹색우산 위에서 "톡톡 또르르..." 작게 떨어지는 빗소리가

풀잎이 파르르 떠는 소리처럼 들린다.

문득 지금 춘천을 간다면 어떨까 싶다.

.

.

 

만나는 약속시간보다 10정도 늦게 도착한 그녀는

숨을 할딱거리며 작은 쇼핑백을 보였다.

들여다보니 커피와 과일 비스켓,그리고 스트라이프 천조각이 간결하게 놓여있었다.

커피예찬가인 그녀는 얼마전 보헤미안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그커피에 매료되어 거금의 커피값을 지불하고 원두를 사왔단다.

조금은 쌉싸름하고 달콤한 과일향의 커피를

춘천행 열차안에서 마시는 맛또한 괜찮았다.

맞은 편에는 후레쉬한 대학생들이 MT를 가는지

즐겁게 재잘거리며 사진찍기에 바쁘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상봉역에서 1시간 30분정도 걸리는 춘천역.

맛집 탐색을 미리한 우리는 '농가 닭갈비'집으로 이동을 했다.

테크로 안내받은 두 사람은 숯불 닭갈비 맛에 매료되어

막국수와 함께 폭풍흡입을 했다.

둘다 아침을 건너뛰고 늦은 점심을 먹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MSG맛이 별로 나지 않아서 좋았고

자극적인 맛이 없어서 내입맛에 맞았다.

 

버스를 타러 조금 걷는데 우리의 레이더에 포착된

'춘천 국유림 관리소'

정문에서 안쪽을 기웃거리다보니 숲이 보였다.

둘은 눈을 반짝이며 살살 들어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춘천행 

전나무, 잣나무, 소나무 숲으로 우거진 싱그러운 이곳을

발견한 우리는 보물을 발견한 것 이상 좋아하며 낄낄 거렸다.

친구가 담아온 간식을 펼쳐놓고

잣나무의 향기를 맡으며 자연스레 떨어지는 햇살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숲과 더불어 우리 둘만의 공간이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한참을 걸었더니 커피생각에

공지천 조각공원 앞의 이디오피아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셨다.

공지천에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배들과 벚꽃들이 오후의 나른함을

느끼게 했지만 우린 또 출발~

공지천을 지나 춘천 MBC 방송국에 이어 의암호 끝까지

걷고 또 걸었다.

다리가 아플뻔 한데 우리는 걷기예찬을 하는 사람들이라

즐겁게 강을 감상하며 공원의 데이트 족들을 부러워하며 노래를 불렀다.

벚꽃 엔딩~~~~~

해가 어둑어둑 노을을 비치며 넘어가고 우린 하이나처럼

또 먹을거리를 찾았다.

결국 춘천의 명동으로 가서 2차로 춘천닭갈비를 먹기로 결정!

오늘은 춘천데이!

오늘은 닭갈비데이!!

유명하다는 집인데 낮에 먹었던 집과는 조금 맛이 달랐다.

조금 강하고 조금더 달고...

그.래.도 맛있다^^

 

내생애 하루에 두 번 닭갈비를 먹기는 처음이다.

우리는 기분이 좋아 내친김에 맥주도 마시기로 합의했다.

솔직히 둘다 술엔 약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편의점에 들려 맥주와 안주를 샀는데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우리의 행동을 알고

눈치빠른 알바생은 커피컵 주면서 테이블에서 마시라며

눈을 찡긋거린다.

이쁜학생이 센스도 있다.

편의점도 날로 발전하여 이젠 제법 구색갖춘 테이블도 카페처럼 준비되어 있어

우리를 또한번 즐겁게 해주었다.

걷자~ 또 걷다 보니 춘천역이 보인다.

발그레한 우리는 어느새 20대가 되어 웃고 소리친다.

 이제 서울로 갈 시간이다.

짧은 하루지만 길게 알차게 보낸 오늘

또하나의 추억을 간직한다.

 

춘천행